[산&산] <253> 김해 백두산 ~ 장척산
초록의 숲 눈이 부시고 진달래·철쭉 꽃 잔치 한창
벌써 신록이 산을 물들인다. 백두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온통 초록이다. 초록의 세상으로 들어가면 발걸음도 가볍고 기분도 한결 좋아진다.진달래가 단아한 처녀라면, 철쭉은 해사하고 성숙한 새아기다. 5월도 중순이 되어서야 산중의 철쭉이 제 모습을 갖추지만, 김해 장척산 능선은 진달래가 만개하면 철쭉도 따라 핀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뻗어내려온 낙남정맥이 낙동강에서 여독을 풀기 직전 쉬어감직 한 장척산(長尺山·531m)은 이맘 때 붉고 흰 철쭉이 한창이다.
등산로가 평탄하고, 부산에서 가까워 가족 테마산행지로 본보에 각각 소개된 적이 있는 백두산(353m)과 장척산의 능선을 아예 잇는 종주 산행을 다녀왔다. 김해시 대동면 소재지에 있는 대동초등교~원명사 갈림길~체육시설~백두산 갈림길~백두산~전망대~475봉~안부~장척산~하늘마당 이정표~상동면 대감마을(롯데 야구장)을 잇는 10.8㎞ 구간을 5시간 30분 걸었다.
대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 병설유치원 아이들이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연을 날렸다. 아이들은 자연과 가깝게 살아가고 있었다. 학교 운동장 한 쪽에 아예 백두산으로 오르는 안내도와 통문이 있다.
백두산은 이름이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같아 이채롭다. 대홍수 때 산이 100마(碼) 정도 남아 그리 부른단다. 김해시에서 만든 백두산 등산 안내도가 있다. 등산 안내도를 지나 숲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타래붓꽃과 산벚, 산도화 등이 반긴다. 산색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신록이 우거진다. 녹색 사태가 난 듯이 온통 푸르게푸르게 변해간다.
숲길을 따라 오르는 발걸음도 덩달아 즐겁다. 길은 잘 정비되고 넓어 두 사람이 손잡고 걸어도 좋겠다. 쉴 자리엔 벤치도 있다. 30분 정도를 걸으니 원명사에서 올라오는 이정표가 있다.
길이 많이 넓다 싶었는데 8분쯤 걸으니 체육시설이다. 작은 운동장을 만들어 놓았다. 화장실과 거울이 있다. 식수를 받을 수 있는 샘터도 있다. 현호색은 무더기로 피어났고, 처음 보는 야생화들도 지천이다. 이름을 몰라 미안했다. 누굴까. 흔히 있는 꽃들이 아니다. 도시 근교 산에 이런 꽃들이 피어나다니?
체육시설을 지나자 백두산 갈림길까지는 오르막이다. 망개나무도 꽃봉오리와 잎을 함께 틔워냈다. 등산로를 정비하느라 희생됐던 떡갈나무 몸통에서 작은 잎들이 앞다퉈 피어오른다. 빨간 새 잎이 무수히 고개를 드는 것이 횃불 같다.
봄의 또 다른 색은 빨강. 붉은 것은 힘차고 강하고, 또 때론 위협적이다. "날 건드리지 마! 건드리면 알지?"하고 경고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어코 살아 생명을 키우고자 하는 염원이 짙게 담겼기 때문 아닐까. 개옻나무 순도 붉디붉다.
백두산 정상과 장척산으로 가는 능선 갈림길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벤치와 평상도 넉넉하게 놓여 있어 가족 나들이를 왔다면 한참 쉬어가기 좋겠다. 큰 가지가 6개인 육형제 소나무가 있다. 김해 대동중 1기생 '백두산 산악회'에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 놓았다. 이런 '잘 생긴' 나무들이 백두산에 많으니 맘껏 구경하란다.
배낭을 벗어 벤치 위에 두고 카메라만 들고 백두산 정상까지 다녀왔다. 백두산 정상은 김해 대동면과 부산 구포, 금정산 주능선이 한눈에 보였다. 낙동강 유역의 넓은 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자도 만들어 놓았고, 정상은 아예 목재 데크를 깔아 사방을 조망하도록 해 놓았다. 갈림길에서 천천히 다녀오면 30분이 걸린다.
다시 장척산을 향해 간다. 이제부터 능선길이다. 길은 큰 오르내림 없이 이어진다. 거친 숨 한 번 내쉬지 않아도 쑥쑥 앞으로 나아간다. 이럴 땐 고마운 마음이 샘솟는다. 인간의 얕은 마음이겠지만, 산 속에서 좋고 편한 길을 만나면 복 받은 양 행복하다.
30분이 지나 첫 번째 조망지다. 낙동강이 만든 범람원에 생긴 평야에 비닐하우스가 즐비하다. 강 건너편에는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섰다. 강을 끼고 마을들이 발달해 있다. 강은 인간에게 젖줄임에 분명하다. 내 줄 것 다 내어주고 쪼글쪼글 늙어가면서도 자식 걱정하는 어미 같다.
철쭉 터널을 걷는다. 아직 봉오리를 간직한 나무들이 많다. 성급한 철쭉은 이미 피어 제 모습을 뽐내고 있다. 능선 왼편으로 이상하게 생긴 바위가 있다. 곰바위로 불리는 바위다. 곰처럼 쪼그려 앉아 있다. 또 다른 전망대까지는 20분 남짓 걸렸다. 멀리 생명고개까지 녹색 물결이 밀려왔다.
작은 안부로 내려가는 데 잘 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산꾼을 반긴다. 30분을 걸어 475봉에 도착하니 낙남정맥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동신어산을 거쳐 매리로 가는 낙남의 끄트머리요, 왼편은 장척산을 거쳐 신어산으로 가는 길이다.
장척산으로 가기 위해 신어산 쪽 내리막길을 내려서 안부에 도착하니 아까부터 들리는 기계음의 정체가 밝혀진다. 굴착기계가 깊은 산중까지 찾아왔다. 고속도로 터널 공사의 사전 작업으로 지질조사를 하는 것이다. 도로 공사에 지하수를 파는 기계로 굴착을 하기에 처음엔 이상했다.
도로가 난다기에 낙남의 산줄기가 파헤쳐지는 것인가 하여 백방으로 알아보니 터널 공사란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정맥에 마구 구멍을 뚫어대니 속을 후벼 파는 양 아프다. 얼른 현장을 벗어나는 데 한참을 갈갈갈갈~ 굴착음이 따라온다. 나중에 하산해서 들은 얘기로는 인근에 고속도로를 포함해서 대여섯 개의 도로가 더 생길 예정이란다.
안부를 지나면서 정맥은 오름길을 올라서야 하지만, 왼편 우회로를 선택한다. 20분 만에 산 하나를 지났다. 고도가 좀 높아지니 철쭉은 아직 피지 않았고, 진달래가 한창이다. 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장척산에 도착했다.
신어산 쪽 생명고개는 25분이 걸리고, 상동면 대감마을까지 70분이 걸린다고 이정표에 친절하게 안내해 놓았다. 이제 낙남정맥을 벗어나서 상동면을 향해 간다. 길은 잘 나 있지만, 많이 이용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때 묻지 않았다. 능선을 계속 고집하다가 하늘마당 안내판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서면 25분 만에 롯데 야구장이 나온다.
날머리인 대감마을에서 완만한 능선을 따라 생명고개로 갔다가 장척산을 거쳐 원점회귀하는 산행도 3시간 30분 쯤 걸리니 가 볼 만하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