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생명의 연결망

지난 1991년 미국 애리조나 주 사막에 있는 한 '인공 세계'로 8명의 남녀가 들어갔다. 우주에 신세계를 세운다는 목표 아래, 외부와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인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에서 그들은 2년 간 자급자족적 생존을 했다. 2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으로 7년에 걸쳐 완성된 '복제된 지구'는 지구생태계를 그대로 본떴다. 하지만 막바지에 이르러 8명의 참가자들은 숨 쉴 산소는 물론, 식량조차도 확보하지 못했다. 인공 생태계 복원 실험은 완전 실패였다. 과학을 믿고 개발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자연의 힘 앞에서는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경이로울 정도로 지구를 생명이 살기에 적합한 행성으로 만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촘촘히 연결된 '생명의 그물'을 이루는 '생물 다양성'에 있다고 본다. 어떤 종의 멸종은 다른 종의 생존과 진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사람의 인식도 '생명의 그물'과 연결돼 영향을 받는다.
'인간화된 자연'을 강요하는 오늘날에는 '생명의 그물'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현실이다. 우리는 외계행성을 탐사한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지만, 정작 지구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야생과 분리된 채 수돗물과 랩으로 싸인 음식을 먹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수많은 식물과 동물들로 구성된 생명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잊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물 다양성'을 다루는 국제기구인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 정부간 과학-정책기반 (IPBES)' 설립을 위한 회의가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정부는 IPBES 신설 필요성과 사무국 유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에서 이런 성명을 냈다. "정작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고 죽어가는 자국 내 생물들과 생태계는 안중에도 없으면서 이를 보호하는 국제기구 설립에는 앞장서고 있으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찢겨나간 후에 조각을 다시 깁는 것보다 현재의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 훨씬 중요함을 깨달아야 할 때다.
박태성 논설위원 pt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