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11시간… 몸은 붉은 고치로 변하고
입력 : 2010-07-21 09:48:00 수정 : 2010-07-21 14:57:27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 10개국과 한국 작가의 만남
낯선 사진 작품들이다. 인도네시아의 앙키 푸르반도노는 스캐너로 작업을 한다. 열대 과일인 아보카도의 속을 들어내고 그 안에 말 조각을 집어넣은 뒤 스캔을 했다. 세상을 모형처럼 만들면서 실상과 모형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이다.
필리핀의 비아 카마초(사진)는 11시간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자신의 몸을 뒤덮는 붉은 고치를 뜨개질했다. 11시간 동안의 퍼포먼스를 통해 변신을 꿈꾸는 예술가의 혼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아르야 판드자루는 건물 모양의 모자를 쓰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기독교 교회, 유대교 회당, 이슬람교 모스크와 힌두교 사원을 미니어처로 제작한 모형 모자를 쓴 퍼포먼스는 종교의 벽이 허물어진 평화와 화합의 세상을 갈망하고 있다.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10개국과 한국 작가 27명의 현대 사진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아세안 재단이 주최한 이번 전시는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현대 사진의 다양성을 만나 볼 수 있는 기회. 문화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감성을 체험하고, 서구 중심의 판도를 바꿔 내려는 발버둥이이기도 하다. 화려하고 현란한 동남아시아의 색감이 드러나기도 하고, 자국의 전통성에 바탕을 둔 회화성이 드러나기도 하는 낯선 사진들이다.
도시의 야경을 360도로 회전하면서 촬영해 추상 회화처럼 표현한 싱가포르 출신의 민티오, 수백 컷의 공공 조각품이나 기념 건축물 사진을 포토 콜라주로 작업한 말레이시아의 리우 쿵 유, 컵이나 의자 같은 일상 사물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해 평면의 사진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미얀마의 포포, 투명박스를 다양한 장소의 풍경 속에 삽입함으로써 현대판 유목민의 취향을 드러낸 태국의 타나폴 카으프링 등 저마다 뚜렷한 정체성을 보이는 작품들이다.
민화에 등장하는 모란을 사탕으로 제작한 구성연, 복제된 자화상을 반복적으로 배치하는 난다, 조각과 회화 그리고 사진의 장르를 오가는 유현미, 고인 빗물에 비친 장면을 찍은 이예린, 동화 속의 마법 구슬을 연상시키는 주도양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2010 한·아세안 현대사진전 'Emerging Wave'. 8월 8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 051-746-0055.
이상헌 기자 tt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