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착한 사마리아인 법'

'어느날 길을 가던 유대인이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다 잃고, 구타를 당해서 사경을 헤매며 쓰러져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제사장은 그의 옆을 피해 갔고, 레위인도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유대인과 적대 관계에 있던 사마리아인은 기름과 포도주로 그를 치료해 주고 여관방에 데려다주며 많은 치료비도 감당하는 선행을 베풀었다.'
신약성경 루카복음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이다. 예수는 율법 교사에게 위 세 사람 중 사마리아인이야말로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가르쳤다. 참 이웃은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곤경에 처한 사람을 성심껏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교훈의 이야기이다.
사마리아인은 팔레스타인 사마리아 지방에 살았던 이스라엘 민족의 한 분파이지만 유대인들과는 오랫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성경의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더욱 의미심장하다.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착한 사마리아인 법(法)'을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다음주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은 형법에 '사고, 공공위험 그밖의 긴급한 사정으로 인하여 구조를 원하는 자에 대해 현저한 위험 또는 중요한 의무의 위반이 없이도 가능한 구조를 제공하지 않는 자는 처벌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자신에게 특별한 위험이 없어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해 주지 않으면 처벌받게 된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러시아 등은 이미 비슷한 조항을 둔 법률이 있다.
법 도입을 놓고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환난상휼의 정신은 전통적으로 도덕적·윤리적 영역에 속했던 부분인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도덕의식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윤현주 논설위원 hoho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