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렇게 추억된 옛 사진, 그 깊고 긴 반추
최광호의 '동생의 죽음'. 동생은 죽었지만 '광호 타입'이란 또 다른 사진적 방법론을 작가에게 남겨줬다. 사진제공=고은사진미술관빛바랜 가족사진, 꽃을 주제로 한 회화 같은 사진, 캔버스 위를 밟고 다닌 듯한 추상화 같은 사진. 한 작가의 작품치고는 판이하게 달랐다. 사진가 최광호(54)의 사진전이다.
35년 이상 가족을 사진으로 찍어온 그에게 동생은 남다른 존재였다. 오랜만에 간 가족의 야유회에서 동생을 잃었다.
최광호 사진전 - 사진적 사색
스승 육명심, 친구 정주하 등 사진가 강연도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생을 건졌지만 허망하게도 동생은 죽은 뒤였다. 제사를 지내고 동생에게 절을 했다. 기분이 묘했다. 동생의 앨범을 뒤지기 시작했다. 소지품과 앨범 속 사진을 찍은 뒤 인화지를 약품에 담갔다. 서서히 윤곽이 올라오는 게 동생이 살아오는 것만 같았다.
견딜 수가 없었다. 2분가량 담가야 하는데, 약품 속에 이틀 동안 푹 담갔다. 누렇게 퇴색된, 동판 위에 인쇄한 듯한 독특한 사진이 그렇게 탄생했다. 양화와 음화가 겹쳐 양화 같기도 하고 음화 같기도 한 사진이다. '광호 타입'이라 불렀다. '광호 타입'의 완성과 동생의 죽음을 맞바꾼 거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는다는 평을 받는다. 이상일 고은사진미술관 디렉터는 "숨 쉬듯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고 했다. 개인전도 숱하게 열었다. 개인전 때 받은 꽃다발과 화분을 정성껏 키웠지만 이내 시들었다.
꽃이 시들 즈음 그걸 인화지 위에 올려 빛을 쪼였다. 꽃의 생명은 다했지만, 인화지 위에 자국이나 흔적으로 영원히 살았다. 사진이 처음 발명될 당시의 포토그램이란 기법이다.
갑자기 서울서 고향인 강릉까지 걸어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겨울 7박8일 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걸었다.
전광석화처럼 떠오른 단어가 '절대 긍정'이었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그 동안의 고민을 털고 생명의 본질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걸으면서 찍은 사진이니 인화지 위에서도 걸어 보자 했다. 걸으면서 찍었던 풍경이 담긴 인화지 위를 걸어 다녔다. 길 위에서 걷고, 인화지 위에서도 걷는, 사진적 사색이었다.
광호타입과 포토그램, 사진 위를 걷는 퍼포먼스까지 겉으로 드러난 방법론은 제각각이지만 관통하는 게 있다. 생성과 소멸, 시간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다. 동생의 죽음과 새로운 사진의 탄생, 꽃의 쇠락과 흔적으로 되살아난 인화지 위의 꽃. 동생이 죽고 난 뒤 성찰한 삶과 죽음의 문제가 줄곧 이어져 온 거다.
전시 기간 미술관 대화도 열린다. '사진 가족'이란 프리즘으로 작가의 작품론을 분석한다. 8월 28일 오후 2시에는 아버지 같은 존재인 스승 육명심이 강사로 나서 '왜 최광호인가?', 9월 11일 오후 2시에는 형제 같은 친구인 사진가 정주하가 '친구 최광호, 사진가 최광호', 10월 2일 오후 2시에는 아들 같은 제자인 사진가 백한승이 '스승 최광호 나의 오마주'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10월 30일 오후 2시에는 최광호와 이상일 디렉터가 '최광호의 사진적 행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작가론을 마무리한다.
▶최광호 사진전-사진적 사색=10월 31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 051-746-0055.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