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일이라고요? 세상이 착해지는 일이에요
여자 셋이 만든 커뮤니티 비즈니스(CB) '착한지구인 컴퍼니'
부산에서 첫 커뮤니티 비즈니스(CB)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착한지구인 컴퍼니'의 박지영, 이현정, 박혜린 씨(왼쪽부터).# 부산에 처음 온 일본인 코유키고유키 씨가 동구 수정동에 도착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골목길 앞에서 막막했다. 한국의 가정식을 먹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할 지 몰랐다. 이 때 여행 정보 사이트 '워킹 피플(walking people)'에서 본 스마트 폰의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라는 글이 떠올랐다.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자 손바닥을 보는 듯한 골목길 지도가 펼쳐졌다. 집들 위에 표시가 나타났다. '김시영 할머니집 메뉴는 된장찌개와 고등어조림'. 지도를 따라 김 할머니 집에 갔다. 할머니의 밥상을 받고 마을의 역사를 들었다. 김 할머니는 "할 일이 없어 심심했는데 요즘 관광객이 많아 벌이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밥상 위 채소의 출처는 할머니 집 옥상정원.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CB) 센터에서 집의 안전진단을 해 주면서 만들어준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처음 시작되는 CB의 사업 아이디어 중 '할매 레스토랑'의 한 장면이다. 첫발을 디딘 이들은 '착한지구인 컴퍼니' 대표 이현정(32) 씨를 비롯해 박지영(37) 씨와 박혜린(25) 씨다.
지경부 CB사업 첫 선정
마을재생에 관광 접목
동구 '할매 레스토랑' 등
튀는 아이디어로 호응
이들은 요즘 동구 골목길을 뒤지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주민들과 함께 동구 일대를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 골목길 지도를 발로 뛰면서 직접 그리고 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듣는다. 관광 정보를 공유할 홈페이지 구축 작업도 한창이다.
이 대표 등은 지난달 부산에서 유일하게 지식경제부의 CB 시범사업으로 선정됐다. 4천만 원의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CB는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 지역공동체 사업이자 마을을 살리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아이디어가 성공적으로 실현되면 부산 내 CB 확산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들이 추진하는 CB는 관광개발을 통한 마을 재생이다. 집에서 만든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할배 도시락',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이야기를 엮은 '동화책 겸 엽서 판매' 등 각종 아이디어로 무장했다. 관광객들은 번역된 정보를 웹 사이트에서 공유하고 어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교환할 수 있다. 수익은 주민들에게 돌려주려고 한다.
이 대표는 부동산 컨설팅 전문가였다. 지난해 부동산을 보러 동구 일대를 돌아다니다 길을 잃었다. 기운 없는 노인들과 놀 것 없는 아이들이 보였다. 이 대표는 "우연히 동구의 한 건물을 매입해 둔 게 있었는데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동구가 CB 지역이 되고 당시 사들인 건물은 갤러리로 변모시켜 신인 작가들을 위한 전시공간과 주민 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키로 했다.
이들은 왜 '착한 계획'을 세웠을까. 착한지구인 컴퍼니는 지난해 6월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에 게스트 하우스인 '더 플래닛'을 열었다. 손님들에게 달동네 체험 등 이색 관광 코스를 알려줬고 반응은 뜨거웠다.
박지영 씨는 "손님들은 주민들을 만나고 싶어 하고 낙후된 마을의 노인과 아이들은 사람을 그리워하니까 이 둘을 접목시킬 방법을 찾던 중 CB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막내 박혜린 씨는 손님으로 찾았다가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멤버가 됐다. 지금은 대학교 졸업반이지만 정식 직원으로 일할 작정이다. 대기업 취업이 어렵지 않을 스펙을 가지고 있지만 모험을 시작했다. 박 씨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주변에서는 '그거 돈 안 되는 일이야'라고 말하지만 아이디어 회의가 마치 놀이처럼 즐겁고 마을과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사명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성화선 기자 ss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