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은 '못 믿을 물' 마시는데… 지자체는 수수방관
입력 : 2010-10-21 10:45:00 수정 : 2010-10-21 11:48:04
낙동강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경남 김해 상동면 일대에 490만t규모의 산업·건축 폐기물이 불법 매립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인근 매리취수장을 통해 낙동강물을 수돗물 원수로 취수하는 부산·김해·양산시는 '강 건너 불구경'만하고 있어 '단체장들의 정치적 입지와 안일함 때문에 시민 건강을 무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특히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정작 낙동강 원수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하류 지역 시민이 입게 돼 있는데도, 부산 등 지자체는 남의 일처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국토부만 바라보는 부산시"추이 지켜본 후 대응"정부와 경남도 간 공방을 바라보는 부산시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4대강 사업을 적극 찬성하는 터에 이 사업에 반대 입장을 가진 경남도가 제기한 민·관 합동조사에 선뜻 응할 수도, 그렇다고 부산 시민의 상수원인 매리취수장 인근에서 불법 폐기물 매립이 확인됐는데 수수방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지역 4개 야당과 환경단체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反) 4대강 사업 공동전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자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국토청 조사결과만 기다리고 있자니 '수질 오염 우려에 너무 둔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답답한 속내를 밝혔다.
부산시는 일단 불법 폐기물 매립이 확인된 지역이 부산 권역 내가 아닌 만큼 사업주체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경남도의 조치를 지켜본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는 한편으론 불법 폐기물 매립 사실이 확인됐지만 부산 시민 식수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는 우선 불법 매립지에서 침출수가 발생할 경우 매리취수장으로 유입되는 신곡천과 취수구 주변 6개 소하천에 대해 "수질검사를 매주 실시하고 있지만 유해화학물질 및 중금속이 검출된 적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불법 폐기물 매립 지역에서 준설이 이뤄질 경우 식수원이 오염될 수 있다"는 여론이 고조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페놀 사건 등 식수원 수질오염에 민감한 부산시민 정서를 감안할 때, 불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폐기물 투기도 못 막은 김해시매립량 가늠조차 못해
투기행위자는 물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한 김해시에 대한 책임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폐기물이 매립된 곳은 부산·김해 시민 식수원인 매리취수장과는 2㎞ 안팎에 불과한 거리이다. 양산·울산 시민의 식수원인 물금 취수장은 매리에서 다시 1.5㎞ 가량 하류에 위치한다.
현재 추정되는 폐기물의 매립량은 490만t. 하지만 감로리 일대 고수부지 구간이 길이 3㎞, 너비 280m로 이뤄져 있어 전수조사를 하면 그 양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김해YMCA 박영태 사무총장은 "상수원 상류에 그렇게 많은 폐기물이 매립돼 있는데도 김해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는지, 안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상동면 주민들이 대포천살리기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것이 무색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김해시 상동면 감로리 신곡마을 이상식 이장은 "상수원 보호를 잘못한 김해시에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의 폐기물이 부산도시철도와 제2롯데월드, 센텀시티 공사장에서 들여온 만큼 부산시도 왜 팔짱만 끼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김해시 대동면에 사는 김 모(49) 씨는 주민은 "매리에서 취수하는 물은 대동과 상동면 일원에도 식수로 공급되고 있다"면서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묻혀 있다는데, 김해시가 어떻게 남의 일 보듯 하는 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해시 관계자는 "폐기물의 매립은 20년 전부터 이뤄지다 2004~2006년 사이 본격화됐고, 저지대 농경지(2009년 8월 이전엔 지목상 농경지였음)를 돋우는 차원에서 성토작업이 이뤄졌는데, 이렇게 산업·건축 폐기물이 포함돼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양산시주민, 밀양댐 물로 교체 요구낙동강 양산지역 두 곳의 취수원에서 1일 3만∼4만t의 원수를 취수, 정수를 거쳐 웅상출장소 4개 동(1일 2만여t)과 어곡·산막동 공업지구(1일 1만여t)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현재까지 특별한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에서 디젤과 윤활유에 의해 발생하는 TPH(총석유계탄화수소)가 토양환경보전법상 기준치를 초과했고, 중금속물질도 검출된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들은 동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질이 좋은 밀양댐 물을 식수로 사용 중인 양산지역 다른 곳과 달리 낙동강 물을 원수로 사용 중인 웅상출장소 4개동 주민들과 어곡·산막동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이성민(40·양산시 평산동) 씨는 "언론에서 낙동강변 건축폐기물을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양산시는 내몰라라 하고 있다"며 "똑같은 물값을 내고 누구는 전국 최고 수질의 밀양댐 물을 먹는데, 누구는 오염 우려가 큰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씨는 "웅상출장소 4개동에도 낙동강 물 대신에 밀양댐 물을 공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양산시는 낙동강 물을 원수로 사용 중인 웅상출장소 4개동(2만t)에 밀양댐 물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지만, 관로매설에 수백억 원이 소요되면서 수년째 '검토'만 계속하고 있다. 백남경·박진홍·김태권 기자 jhp@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