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담은 '빈집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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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사진전-서늘한 집

뉴타운 공사를 위해 철거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재개발지역의 단면을 포착한 강홍구의 '사라지다-계단'.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다 뜯겨나가고 계단만 덩그러니 남은 집. 계단은 상승과 추락의 이중적인 맥락을 가진 건물 부속물이다. 하지만 그 계단을 밟고 올라 들어갈 포근한 보금자리는 이제 없다. 그 계단을 경계로 한쪽은 철거가 한창 진행 중이고, 가림막이 쳐진 도로변은 여전히 도시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다.

995번지의 건물을 두고 철거와 보존은 확연히 구분된다. 재개발 지역에는 어김없이 뉴타운이 들어섰다. 하지만 뉴타운이 상승의 의미만 담고 있을까?

이젠 쓸모가 없어진 계단이 상승보다는 추락의 맥락에 가까운 것처럼 말이다. '사라지다-계단'이란 강홍구의 작품이다.

사진가 강홍구는 재개발 지역의 집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섬에서 올라와 살았던 동네가 공교롭게도 재개발이 진행된 지역과 가까웠다. 뉴타운이 들어오면서 부동산 경기만 활기를 띨 뿐 정작 원주민들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선 모두들 무관심했다"고 했다.

'수련자'와 '미키네 집' 연작은 재개발을 위해 허물어진 공간에서 작가가 발견한 소품들을 절묘하게 배치했다. 재개발 뒤 뜯겨나간 철근만 모은 곳에 덩그러니 '미키네 집'이란 장난감을 올려놓거나, '빠른 이주가 최선?'이란 낙서가 보이는 담벼락에 일본 무협게임의 캐릭터를 배치시킨 거다.

공상 속의 집이지만 이상적인 집의 형태인 '미키네 집'과 지금은 사람이 떠난 빈집이 다층적인 의미를 생산하고, 날선 맥주병 조각이 심긴 담 위에서 낑낑거리며 초식을 연마하는 일본 게임캐릭터는 희비극적 뉘앙스를 보인다.

'그 집' 연작은 사라진 집들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과 오마주의 일환이다. 흑백으로 인화한 사진 위에 잉크와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을 했다. 떠난 이들을 위해 낡은 집에 새 옷을 입힌 거다. 지붕에 옷을 입히기도 하고, 수도관에 빨간 칠을 해주기도 했다. 늘 해야지 하면서도 먹고 살기에 바빠서 지붕도 못 올리고, 외벽도 칠하지 못했던 그들을 대신한 일이다. 흰색 물감으로 서예의 한 획처럼 긋고 물감이 흘러내리도록 한 흔적으로 인해 작품은 사진도 회화도 아닌 어떤 이미지가 된다. 작가는 "재개발 공간을 비롯한 주거공간들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면을 반성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봤으면 한다"고 했다.

▶강홍구 사진전-서늘한 집, 기억과 기록=2월 27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 051-746-0055.

이상헌 기자 t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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