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운항관리자 '금녀의 벽' 깨졌다
황인경 씨국내 여객선 운항관리 업무 분야에 처음으로 여성이 진출해 37년만에 '금녀(禁女)의 벽'이 깨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목포해양대 출신 황인경(29) 씨와 한정이(28) 씨로, 이들은 한국해운조합(이사장 이인수)이 지난달 말 실시한 운항관리직 신입직원 채용시험에서 최종 합격자 9 명의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37년 동안 남성 업무 영역
해기사 출신 여성 2명 합격
지난 1973년 운항관리자가 처음으로 배치된 이후 37년 동안 남성 업무영역으로 여겨져온 운항관리 업무에 처음으로 해기사 출신 여성 2 명이 나란히 합격한 것이다.
5일 한국해운조합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부산 등 전국 19개 지역에 62 명의 운항관리자가 배치돼 연안 여객선 100개 항로, 166 척을 관리하며 여객선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이들 운항관리자 가운데 본부에 근무하는 4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은 부산, 인천, 제주, 여수, 통영, 목포, 완도, 포항, 군산 등 9개 지부와 보령, 동해 등 2개 출장소, 통영 속천·안골, 군산 격포, 완도 땅끝 등 7개 파견지에 분산 배치돼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그동안 운항관리자는 '파견근무·현장근무'라는 직무 특성상 여성의 진출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국내 '여성 운항관리자 1호'인 황씨와 한씨는 면접시험 당시 "현장근무도 괘념치 않는다"며 당찬 의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물론 이들의 합격 영광에는 해운조합 측의 양성평등정책 구현 등 세심한 배려도 한 몫 한 것으로 전해졌다.
3급 항해사인 황인경씨는 경기도 안산시 출신으로 목포해양대에서 항해학을, 2급 해기사인 한정이씨는 전남 순천시 출신으로 목포해양대에서 기관공학을 각각 전공했다. 이들은 현대상선, 동진상운, KSS 등에서 승무 경험을 쌓았다.
황씨는 "내항 여객선 항로의 다각화로 안전관리 수요가 증대하고 있다. 그 만큼 안전관리 업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국내 첫 여성 운항관리자로서 해양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등 현장 중심의 철저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해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씨는 "목포해양대를 졸업한 후 여성 기관사로 승선한 경험 등이 선원에 대한 안전교육 등 운항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현재 한국해양대학교에서 해사법무정책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현장 경험과 법적인 지식을 발판으로 향후 운항관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70년 12월 부산~제주 서귀포 노선을 운항하던 여객선 '남영호'의 해양사고로 323 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1973년 12월 15일 여객선 운항관리제도가 도입됐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