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밥상 선택에서부터 생명존중을
/고용석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

자연과 동물은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동물을 고기를 생산하는 기계나 자원으로 취급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생명에서 물질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그 도덕성은 동물들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축 전염병과 관련된 음울한 소식들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이번 구제역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의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지 않냐는 논의도 있지만 근본적인 반성과 개선책은 왜 10년 동안 이런 현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가와 어느새 깊숙이 자리잡은 우리의 육식문화를 성찰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다.
첫째,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 수는 줄어든 대신 한 농가에서 기르는 가축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1990년에 한 농가당 평균 2.62마리이던 한(육)우가 2010년에는 16.86마리로, 34.05마리이던 돼지는 1237.63마리로 늘었다. 닭은 462.5마리에서 4만1051.88마리로 급증했다. 말 그대로 공장식 환경 속에서 밀집사육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 대비 가축 사육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공장식 축산은 바이러스의 슈퍼배양소이며 가축전염병의 온상이라고 말한다. 이미 2005년부터 유엔은 전 세계 정부에 공장식 축산의 중단 및 전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이제라도 사육방식을 유기화하고 더 나아가 매년 경작지가 줄어들고 곡물자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자원이 과도하게 투입되는 축산보다는 유기농업을 장려하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헥타르당 인구부양 능력을 비교하면 고구마 26명, 쌀 20명에 비해 돼지고기 1.3명, 소고기 0.3명에 달한다. 마침 각 지자체의 대부분이 친환경 급식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 연계하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둘째, 국내 육류 소비량은 꾸준히 늘었다. 다수가 한국의 육류소비량이 아직 선진국에 비해 미미하다고 오해하고 있지만 서구와 달리 육류의 모든 부분을 다 먹는 우리의 식습관을 감안하면 거의 선진국 수준이거나 상회한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육류섭취량은 이미 선진국의 80%이며 과다섭취 집단을 비교하면 오히려 미국보다 높다. 심각한 것은 육류가공품의 주 소비층의 80% 이상이 아이들이란 점이다. 이미 일선 교육현장의 비만, 아토피, ADHD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이 원인이 되어 10세 미만인데도 뇌졸중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도 있다. 왜 육류소비를 줄여야 하는지 올해부터 식생활 교육 지원법에 근거해 정부와 지자체 및 학교가 대대적으로 벌이겠다는 녹색 식생활 교육의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한다. 이는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도 부합된다.
'공감의 시대'를 저술한 제레미 리프킨은 뜨거운 악보다 더 무서운 게 제도적으로 저질러지는 '차가운 악'이라며 기계적 환원주의, 실용주의, 시장 효율성 등에 가려 생명체를 무자비하고 잔혹하게 상품화하고 이에 분노조차 느끼지 못하고 당연해 하는 육식 문화를 그만둘 것을 역설햇다. 구제역 살처분의 현장에서 차마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며 괴로워하는 일선 공무원의 오열과 생매장 당한 동물들을 위해 위령제를 지내는 종교단체들의 모습에서 생명을 존중하는 인간의 본성이 하나의 태도나 느낌이 아니라 일상에서 특히 우리의 밥상에서도 상기되고 표현되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 더구나 밥상의 선택이 온난화를 비롯한 지구환경에도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니 더더욱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