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 346만 마리 살처분 2조 8천억 피해
입력 : 2011-03-07 10:29:00 수정 : 2011-03-07 14:45:05
구제역 100일 뭘 남겼나
오는 8일로 구제역 발생 100일째를 맞는 가운데 이번 구제역의 경우 정부 당국의 정책 실패로 피해규모가 커졌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경남 김해시 주촌면 원지리의 방역 모습. 부산일보 DB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현재 진행형인 가운데, 오는 8일자로 구제역 발생 100일째를 맞는다. 이번 구제역 사태는 이달 들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구제역으로 국내에서 사육되는 소·돼지의 25%가 넘는 350만 마리 가까이가 살처분되는 등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23일 경북 안동에서 첫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을 때 당국이 간이 항체 진단킷트만을 사용한 탓에 '음성' 판정이 나오면서 구제역이 경기·강원 등 전국으로 확산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초기 대응 실패 전국 확산 … 이달 들어 다소 진정
국내 사육 두수 25% 매몰 · 침출수 2차 피해 우려

여기다 방역당국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예전의 '구제역 매뉴얼'만을 고집하다 초기 차단방역에 실패했고, 뒤늦게 예방백신 접종이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전국으로 확산되는 구제역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피해액, 역대 4차례 구제역 피해액을 합한 금액의 5배 이상=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피해 현황을 보면 지난 5일 현재 발생지역은 전국 11개 광역시·도에 75개 시·군·구로 늘었다.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던 경남과 부산, 울산도 구제역 태풍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매몰처분된 가축은 지난 5일 현재 총 346만6천173 마리로 돼지 330만4천582 마리, 소가 15만870 마리 등이다. 돼지의 경우는 국내 전체 사육두수의 33% 정도가 살처분되면서 양돈농가 붕괴가 현실화되고 말았다. 소의 경우도 국내 전체 사육두수의 4.5% 정도가 살처분됐다.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모두 4 차례로, 이로 인한 살처분 두수는 모두 22만여 마리, 피해액은 5천970억 원에 각각 이른다. 이번에 발생한 단 한번의 구제역으로 인해 지금까지 4 차례 발생한 구제역보다 무려 16배에 달하는 가축들이 매몰처분됐다.
이번 구제역에 따른 직접피해액만도 현재까지 2조8천억여 원으로 공식 집계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매몰보상금, 백신 구입비용 등에 2조 원을, 환경부는 매몰지 관리 등에 8천억 원 가량을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이같은 피해규모는 지금까지 발생한 4 차례의 피해액 합산 5천970억 원의 5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구제역으로 인한 각 지자체의 행사가 무더기로 취소되는 등 지역경제의 막대한 피해와 축산농가의 미래 손실, 사료업체 등 연관산업 피해 등 간접피해까지 합치면 피해액은 6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다 방역 공무원 8 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안일한 대응책과 혼선 따른 인재(人災)=이번 구제역으로 전국이 가축들의 무덤으로 변하면서 침출수 누출에 따른 2차 환경오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전국 4천700여곳에 이르는 매몰지 주변지역 주민들은 침출수 유출에 따른 식수 오염, 악취 공포 등에 시달리고 있다. 매몰지 반경 300m 이내에 있는 지하수 관정은 전국에 1만곳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구제역 안전지대가 아님에도 정부는 그동안 안이한 대책과 매뉴얼만을 믿고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등을 게을리해왔다. 청와대는 구제역 발생 40일이 지나서야 대통령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운 요인 중 하나는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손발이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도 포천에서의 실패 이후 정부는 의심축 발생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검사를 의무화했지만, 안동지역에선 이를 무시했다.
매몰지 선정과 관련해서도 농식품부와 환경부의 범위 설정이 서로 달라 적잖은 혼선을 빚었다.
국내 축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점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근본적으로 국내 축산업이 양적 성장 과정에서 수익성 향상을 위한 밀집사육에 초점을 맞춰오다 보니 '가축 면역력 저하→질병 발생→항생제 남용' 등 악순환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특히 구제역 등 대규모 가축질병 확산 등에 대비한 백신접종 매뉴얼이 없는 등 신속하고 강력한 초동방역 시스템이 미흡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