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잡힌 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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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포개져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신라의 능(陵). 강운구의 '삼릉'.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능(陵)은 비록 인공적으로 만들었으나 먼 산의 자연스러운 곡선과 닮아 서로 결합하듯 시각적인 리듬을 드러낸다. 죽은 자의 안식처는 그윽하고 깊은 햇살과 만나 조화를 이루며 평화스러워 보인다.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포근한 왕릉, 미소를 머금은 듯한 부처의 얼굴, 아침 햇살에 운무를 한껏 머금은 삼국유사 속 무대들이 사진에 담겼다.


고은사진미술관 초대로 사진전을 열고 있는 사진가 강운구(70)의 개인전 풍경이다. '오래된 풍경'이란 제목으로 7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신관 개관기념전.

고은문화재단은 지난 2007년 말 해운대 중동에 고은사진미술관을 개관했다. 그리고 3년여 만에 다시 해운대 우동 대우 동삼아파트 옆에 연면적 700㎡ 규모의 신관을 건립해 지난 16일 문을 열었다. 사진가 정봉채는 "사진가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기회가 생겨서 반갑고, 소통의 장소가 생겨 기쁜 일"이라며 반겼다. 




고은사진미술관 신관 개관기념전
경주에 남은 1천년 역사 '한눈에'


강운구는 이번 전시에 '신라 능' '삼국유사' '경주 남산'으로 구성된 '역사 3부작'을 선보인다. 자취만 남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신라와 경주를 내보이는 자리다. 그는 "80~90년대에 찍은 사진이 주축이다. 이때는 한 달에 두 번씩 방문했을 정도로 경주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엔 100여 점에 가까운 컬러사진이 내걸렸다. "강 작가는 지금까지 컬러로 개인전을 연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니 이번에 선보인 컬러사진들은 모두 다 처음으로 빛을 보는 셈이다."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사진집과 단행본으로는 출판됐던 것들이지만, 전시를 통해 대중과 만나기는 처음이다.

'신라 능'은 경주 시내에 분포해 있는 신라의 왕릉을 촬영한 것으로 평지에 거대한 봉분을 갖추고 있는 왕릉, 산기슭 같은 주변 지역에 있는 크고 작은 능을 촬영했다. 특히 '서악동 고분군' '삼릉'의 사진은 한없이 완만한 왕릉과 선들이 겹겹이 포개져 곡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삼국유사'는 일연 스님이 남긴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역사적, 신화적 장소를 찾아 렌즈에 담았다. 그가 찾았던 신화의 현장은 더러 폐허가 되었다. 그러나 황당하고 허구 같은 신화 속의 장소를 실제로 발견했을 때의 감동을 사진의 현장성으로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작가는 "신화는 하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땅의 이야기임을 알았다"고 했다.

'경주 남산'은 경주 남산 일대에 흩어져 있는 불적(佛蹟)을 찍은 것으로, 작품 속에 드러난 거대한 바위에 조각된 불상은 신라인의 남달랐던 예술혼을 보여준다. 화강암 표면 위로 스쳐간 바람과 시간이 거들어 만든 아름다운 모습이다. 컬러 필름으로 재현된 짙고 깊은 색감의 사진은 1천 년의 세월을 이어왔던 신라의 역사 현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다만 너무 많은 작품을 걸어 감동을 느낄 여백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한편 고은문화재단 김형수 이사장은 "신관 전시관뿐만 아니라 별관에는 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 스페이스가 한두 달 내 함께 자리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래된 풍경-능, 삼국유사, 경주 남산' 전=7월 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고은사진미술관 신관. 051-746-0055.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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