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풍파 극복, 인내·사랑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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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서품 50주년 '금경축' 맞은 부산교구 이철우 신부

해방 후인 1940년대 말, 그러니까 열네 살 때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김수환 추기경의 형인 김동환 신부가 부친을 통해 사제가 될 생각이 없는지 의향을 물어 왔다. 4대째 내려오는 천주교 집안이었다고는 하지만 어린 소년이 무엇을 알겠는가.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3일 동안의 깊은 고민 끝에 부름에 응한다. 평생 이어질 봉사와 사랑의 삶, 그 첫 출발점이다. 사제 서품 50주년을 맞은 천주교 부산교구의 원로 사제 이철우(80) 바오로 신부다.

"한국전쟁으로 서울의 신학교가 문을 닫고 피란의 물결로 휩싸이던 때, 살얼음 같은 한강철교를 목숨 걸고 건너던 일이 아직 기억에 생생합니다. 머리 위로 총알이 숭숭 날아다니는데, 1㎞에 가까운 거리를 철제 난간을 부여잡고 걸으며 모든 것을 하늘에 맡겼습니다."

부산에서 나서 서울에서 성신중학고등학교(소신학교)를 다니던 이 신부는 고2 때 겪었던 한국전쟁을 이렇게 기억했다. 전쟁 뒤 신학대학 재학 중 갑자기 이탈리아 로마에 가서 수학하라는 제안을 받는데, 그는 이를 또 한번 하늘의 부름으로 받아들였다. "1950년대 중반이었던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였습니다. 신학공부를 하러 유학 온 한국인이라곤 지학순 윤공희 정의채 등 서너 명에 불과하던 시절이지요. 사정이 그런지라 현지에서는 환영 아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1961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6년 만에 귀국한 그는 서면성당 보좌신부로 본격적인 국내 사목활동에 들어갔다. 서면성당 주임을 시작으로 김해·중앙·범일성당 주임신부를 거쳤다. 그 사이 간호사와 광부들이 산업 역군으로 일하던 1970년대 독일에서도 7년간 봉직하기도 했다. 1981년 이후 광주와 부산의 가톨릭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썼고 99년 건강상 이유로 은퇴했다.

사목활동 50년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천주교에서는 성직자의 길을 걸은 지 25년 되는 해를 '은경축(銀慶祝)', 50주년을 '금경축', 60주년을 '회경축(回慶祝)'이라고 부르며 특별하게 기념한다. 그의 동창 사제로는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몇몇 신부들이 있다. 50년 사이 슬픔과 기쁨의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풍파없는 삶이란 거짓말입니다. 저 역시 20대 중반에 시련과 고민, 회의가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결국은 더 단단한 믿음과 인내, 사랑이 정답이었어요." 이야기는 종교 간의 화합으로 이어졌다. "이기심을 넘어선 자비와 사랑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추구해야 합니다. 여러 종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그는 천주교의 현실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신자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성 신자들을 다시 신의 품으로 인도하는 일이 급하다"고 했다. 한편 오는 21일 오전 10시 30분 이철우 신부의 사제 서품 50주년 행사가 주교좌성당인 남천성당에서 열린다.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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