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실력이 문제, 들어갈 틈은 얼마든지 있어
해양직업 22/ 드릴십 일렉트리션 강동우

강동우 트랜스오션 일렉트리션. 기름을 퍼올리는 시추선의 전기기사다. 1971년생이니 올해로 만 40세, 우리 나이로 마흔 하나다. 드릴십 전기 전장 쪽만 전담한 그는 부산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거제도에 있는 S조선소에서 사내 직훈 과정을 거쳐서 용접으로 이 분야의 일을 시작했다.
“용접만 하다 보니 이렇게 있다간 내 삶이 여기서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좀더 넓은 세상을 꿈꾸게 되었고 그때 가만히 살펴보니 시운전 팀 전기 파트 분야가 더 유망할 것으로 판단, 가서 책임자에게 졸랐지요. 전기 파트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그냥 써만 달라고요. 하하하.”
준비된 도전
무모한 듯 싶은 그의 도전은 의외로 책임자에게 신선하게 비쳐졌고 직종을 옮겨 전기의 바닥부터 일을 배우면서 점차로 시운전까지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저는 사수를 정말 잘 만난 것 같습니다”라고 사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문제가 생기면 밤을 새워서라도 반드시 해결을 하고 조선과 해양 분야를 통틀어서 아니 드릴십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에 시스템과 디자인 콘셉트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설계 및 실무의 기초를 닦으신 분이었지요.” 그의 이름은 심갑재 차장. “그를 통해서 전기에 입문했고 그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저도 있습니다. 전기 분야에서는 ‘존재감’을 가진 전설”이라고 존경을 표했다.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시 책임자가 어떻게 자기를 받아주었나 하는 것이란다. 그래서 수년이 지난 뒤 물었다. 대답은 “그냥 니가 잘하겠다 싶어서”. 너무도 의외의 답변. 자기는 참 운이 좋은 놈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 이후로 조선소 시운전 팀 전장운전에서 15년간 특수선 담당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드릴십 5~6척 정도를 경험, ‘오퍼레이션 앤 커미셔닝’ 담당 리더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그외에도 셔틀(DP2), 로팍스(RO-PAX), FPSO, LNG, 기타 선박 약 50척 건조에 손때를 묻히면서 경험을 쌓았다.
트랜스오션에 입사
고졸, 그것도 인문계 출신이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노력을 했을지는 상상에 맡겨야 할 것이다. 그 설을 풀어쓰려면 책 한권이 모자랄 터다.
특이하게도 그는 오프쇼어 자격증 같은 것도 전혀 없는데 세계굴지의 시추회사인 트랜스오션에 한국인으로 당당하게 입성을 했다.
참 트랜스오션이 어떤 회사인지 궁금한가? 2010년 현재 드릴십 23척과 고정식인 잭업 리그 65기에 반 잠수식인 세미리그 52기까지 시추선만 140척을 가진 세계 최대 최고의 석유 시추회사이다. 업계에선 ‘드릴십의 사관학교’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은 거의 30년 다 된 두성호 달랑 1척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강 씨 말로는 2만 명을 상회하는 직원 중 아마도 자기가 유일한 한국인 일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궁금했다. “처음 조선소에 입사한 고학력 대졸 출신의 후배들을 현장 실무부터 선박에 응용되는 전기 기술까지 가르쳤지만 제가 학력과 학벌이 없다 보니 몇 년만 지나면 회사에서 직급이 달라지고 달라지더군요. 그래서 아 ~! 국내에서는 한계가 있구나 싶어서 바깥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지요.”
대개 선박이나 오프쇼어에서 근무하는 통상적인 전기 담당 엔지니어는 형광등이나 간단한 전기장비만 수리하는데 강 씨는 조선소에 있는 동안에 쓰러스터(Thruster)와 디피(DP), 하이 볼티지 스위치보드(HV SWBD), 제너레이터(Generator) 등 드릴십에 있는 모든 장비에 대해 운전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능력을 키웠다. 모르면 묻고, 어깨너머로 본 것은 틈틈이 실습하기를 거듭했다. 될 때까지. 그쪽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던 것이 주효했던 셈.
우연처럼 찾아온 트랜스오션 입사의 기회를 거머쥔 것도 사실은 그를 눈여겨본 발주회사 총괄 매니저의 결정 덕분이었다. 처음 트랜스오션에서 제시한 것은 ‘전기 전장슈퍼바이저’인데 실제 계약으로는 ‘수석 전기기사’로 들어갔다. 이 자리는 수당 및 보너스를 제외하고 가장 기본으로만 받아도 최소 월 9,000달러 정도는 된다. 4주 근무, 4주 휴가 혹은 3주 근무, 3주 휴가로 치면 1년 중 6개월 일하고 억대를 한참 넘어가는 처우다. 트랜스오션이 업계에서는 연봉이 짜다고 하는데 이 정도이니 이 업계의 돈 굴러가는 형편이 어떠한지 짐작이 갈 것이다.
‘할 수 있는가?’
"나는 한국에서 서울대가 좋은지 카이스트가 좋은지 모른다. 당신이 대학을 나왔는지 아니면 고졸인지도 관심없다. 당신은 항상 노력하고 장비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고 할 줄 아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대한민국에서 인정하는 학력과 학벌은 나에게, 트랜스오션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프쇼어 회사에 들어가는 방법은 자신이 몸을 만들고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현장에서 접촉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 중 하나. “수없이 이력서를 날리고도 전혀 답이 없기 일쑤고 직접 싱가포르까지 가서 전화를 해 겨우 담당자를 만나고도 취업은 불투명하더라”는 경험담이 이쪽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오프쇼어 회사에선 먼저 ‘진짜로 할 수 있는가’를 살핀 뒤 다음에 경력유무와 이력을 따지더군요. 학력은 최소한의 사양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때 그를 이끌어준 트랜스오션 매니저가 한 말은 지금도 가슴에 큰 울림으로 있다. “나는 한국에서 서울대가 좋은지 카이스트가 좋은지 포항공대가 좋은지 모른다. 그리고 당신이 대학을 나왔는지 아니면 고졸인지도 관심 없다. 단 하나 내가 믿고 신뢰 하는 것은 당신은 항상 노력하고 장비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고 할 줄 아는 것을 나에게 보여 주었다. 대한민국에서 인정하는 학력과 학벌은 나에게, 그리고 트랜스오션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강 씨는 그 매니저의 말에 혹해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선선하게 말한다.
한국 사람의 경우 드릴십이나 리그 같은 배에 취업하는 길은 조선소에서 그런 종류의 배를 만들다가 기관사나 전기사로 취업하는 케이스가 있다. 또 오프쇼어 관련 메이커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가끔 선주 측에서 ‘스카우트를 해주는 행운’을 낚아서 취업하는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영국이나 노르웨이에 소재하고 있는 ‘오프쇼어 전문 학교’를 졸업하거나 NOV나 콩스버그 같은 회사에 다니다가 진입하면 쉽다.
참고로 오프쇼어 업계에서는 종사하는 인력이 모자라면서도 사람을 함부로 안 뽑는다. 한마디로 검증된 사람만 채용 한다는 것이 이 세계의 생리다. 새로운 사람을 영입할 때도 알음 알음으로 그 사람의 평판까지 확인하고 확인한 뒤 오케이 사인을 준다. 안전과 정확성을 최고로 중요하게 여기는 오일리그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 까다롭기 그지 없다. 때문에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기면서 ‘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받는 ‘도제식 선발’에 도전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실제로 강 씨도 “매니저와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이력서를 보낸지 약 5개월 만에 계약서를 보내오더라”면서 “오일리그 회사는 답변도 느리고 진행도 느려터져 자기같이 성질 급한 사람은 숨넘어갈 뻔 했다”고 경험담을 전한다.
언어 소통의 문제는?
‘조선의 꽃’이라고 하는 전장 시운전 팀에서 일하려면 영어가 필수였다. 외국회사의 감독들과 미세한 부분까지 소통이 우선이기에 그렇다. 거제조선소에 와 있는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은 영국 미국 중동 남미권까지 다양하고 사용하는 영어도 태생이 어딘지 정체불명의 발음에 억양까지 천차만별.
“잠꼬대까지 영어로 했습니다. 시추선을 발주하는 메이저 회사들의 감독관들과 소통하고 때로는 설득을 하려면 영어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더군요.” 이렇게 준비해서 들어간 트랜스오션에서 만난 영어는 또 다른 충격을 안겨 주었다. 스코틀랜드 출신들이 하는 ‘스코티시’는 정말 못알아 듣겠더라는 것. “서바이벌 영어가 되어야 합니다. 오프쇼어에서도 고급직종에 올라갈수록 정교한 영어구사와 설득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회사에서는 오일리그에 일하면서 필요한 교육들을 회사경비로 세계 어디서든 받을 수 있게 해준다.
“교육은 엄청 많이 받아야 합니다. 장비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OJT 및 기타 신입 사원의 필수 이수 과목이 있어서 패스해야 하고 직급이 올라갈 때마다 각 직급에 따른 코스 및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되더군요. 다시 말하면 안주하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고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된다는 이야기지요. 현대 사회는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사람이 배우는 속도보다 현저히 빠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영원히 따라 가지 못한다는 걸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1년 동안 받은 교육비용만 1억
"외화가득률이 높은 오프쇼어 교육에 이제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인 프로그램화하고 전 세계 오프쇼어 업계를 대상으로 교육 마케팅과 세일즈를 해야 할 때 입니다."
지난번 휴가기간 중엔 헬리콥터 비상 탈출훈련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습 과정이 있었지만 그때는 OPITO라는 오프쇼어의 국제 인증기관에 인증을 못 받았고 또한 비상설인 까닭에 근무와 교육 일정을 맞출 수 없어 결국 영국의 애버딘에 있는 훈련센터에서 하루에 1천 달러 가까운 교육경비와 호텔 체재비용 비행기 값을 치르면서 다녀왔다. 휴가 중 받은 교육이라서 수당도 더 많이 나왔다.
강 씨는 “이번에 다녀온 영국의 애버딘만 해도 3천~4천 명의 오프쇼어 인원이 우리 돈으로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짜리 교육을 호텔에 묵어가면서 받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우리나라는 오일 필드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프쇼어 선박을 짓는 나라이고 관련 외국인도 수천 명이 상주하잖아요. 외화가득률이 높은 오프쇼어 교육에 이제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인 프로그램화하고 전 세계 오프쇼어 업계를 대상으로 교육 마케팅과 세일즈를 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르웨이의 스타방가나 영국의 애버딘, 미국의 휴스톤, 싱가포르는 건조 등 일부 오프쇼어 산업은 다른 나라에 이양했지만 여전히 오프쇼어 교육으로 명성을 날리면서 오일달러를 긁고 있다. 오프쇼어 인력 교육산업도 우리가 나갈 ‘블루오션’이란 생각이 들었다. 1년 남짓 근무하는 동안 그를 위해 회사가 지불한 교육비용만 1억은 너끈히 될 것이란다.

앞으로 희망을 물었다. “지금 오일필드 현장엔 오랜 시간을 같이 근무했던 동료와 친하게 지냈던 후배들이 있는데 적어도 5년 쯤 시간이 지난 뒤 한국 엔지니어 위주로 팀을 짜서 지금은 ‘그들만의 리그’인 오프쇼어에 진출하고 싶다”면서 “많은 꿈과 열정을 가지고 넓은 세상에 도전을 간절히 원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더 많이 진출 할 수 있게끔 디딤돌이 되어주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다. 오프쇼어의 미래가 조용하게 익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SEA& 강승철기자ds5bsn@busanilbo.com
Tip2/ 드릴십 전기파트는 어떤 곳?
통상 전기파트는 2명의 슈퍼 바이저와 4명의 치프 일렉트리션, 4명의 치프 일렉트로닉스 테크니션 그리고 그 아래에 4명의 일렉트리션과 4명의 일렉트로닉스 테크니션으로 구성, 도합 18명으로 9명씩 교대 근무를 한다. 늘 1명의 슈퍼 바이저와 8명의 전기 파트의 담당자가 항상 리그에 상주하는 구조다.
주 업무는 먼저 일렉트리션의 경우 주로 주 전원 공급 장치인 발전기, 고압 배전반 (HV SWBD) 저압 배전반(LV SWBD) 스러스트. 등 전기 및 기계를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전원 장치에 대해 수리?유지?교체?트러블 슈팅까지 맡아서 한다.
그리고 일렉트로닉스 테크니션의 경우는 주로 컨트롤 시스템을 담당한다. 배의 상태 및 운전을 도와주는 컴퓨터 컨트롤 장비 그리고 배의 항해 통신 장비와 화재 발생시 경보 장치, 그리고 배안에서 방송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방송장비와 위성전화, 위성인터넷 등 전자 장비 위주의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물론 ‘탑드라이브(TOP DRIVE)’라고 말하는 시추장비는 전기든 전자든 구분 없이 일렉트리션과 일렉트로닉스 엔지니어가 같이 관리?담당한다.
통상적으로 일렉트리션은 주 전원장비와 ‘라이트닝(LIGHTING)’ 종류를 핸들링하고 일렉트로닉스 테크니션은 컨트롤 장비를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SEA& 강승철기자ds5bs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