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법정에 선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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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대든, 자기 세대가 큰 변화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는 해도 지금 세대만큼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돌진하고 있는 세대는 유례가 없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모토가 '제품을 낡은 것으로 만들자'이듯이, 자본주의는 매우 빠르게 과거를 폐기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번영한다.

'더 크게, 더 멀리, 더 빨리'가 우리를 좋은 삶에 가까이 데려다 줄 것이란 강박적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구 생태계 파괴를 담보로 하고 있다. 호주 원주민들은 물질지상주의 사회를 이렇게 조롱한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마지막 강물이 더럽혀진 후에야/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사람이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급기야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폴 크뤼천은 '인류세(人類世)'라는 새로운 지질 시대 개념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인류 활동에 따른 생태계 파괴로 인해 지구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만큼, 현대를 인류세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적 구분에 따르면, 현재는 신생대 마지막 시기인 '충적세 또는 현세'로 불린다. 영국의 지질학자 마이크 엘리스는 "미래 과학자들은 장차 해수면 상승으로 진흙에 묻힌 도시들을 발굴하게 될 것이며,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퇴적층에서 인류세의 자취를 뚜렷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리기도 했다.

지구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지구'가 '인류'를 법정에 고발했다. '접수'를 받은 스웨덴 과학한림원이 노벨상 수상자 20여 명을 재판관으로 한 가운데 인류를 모의 법정에 세운 것이다. "인류가 내 삶을 얼마나 급격하게 바꿔 버렸는지 아세요? 내 몸을 너무 크게 해쳤다고요"라고 원고 측은 간절히 말한다. 그런데 이 호소가 왠지 호소로만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태성 논설위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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