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이러스로 전멸한 토종벌이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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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인간에게 아주 유익한 곤충이다. 꿀, 로열젤리, 밀랍 등 다양한 생산물을 제공한다. 그래서 인류가 꿀벌을 사육한 지도 5천 년이 넘는다. 그뿐만 아니라 꿀벌은 꽃의 꿀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 식물의 수분 80%는 꿀벌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꿀벌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식물의 생태계 자체가 큰 위협을 받게 된다. 꿀벌이 사라지게 되면 인간 역시 오래지 않아 멸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세계 곳곳에서 꿀벌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꿀을 수집하러 나간 벌들이 둥지로 돌아오지 않아 벌집 자체가 해체되는, 이른바 군집붕괴현상(CCD)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질병이 심각하다. 애벌레를 마구 죽여 '벌의 에이즈'로도 불리는 바이러스성 질병 '낭충봉아부패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만연, 토종벌이 전멸하다시피 했다.

이 바람에 지리산 토종꿀 생산마저 중단됐다. 토종꿀 주생산지인 경남 함양군의 경우 예년에는 한 해 80억 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올해는 아예 기대하기 어렵다니 딱하기가 이를 데 없다. 토종벌에 치명적인 '낭충봉아부패병'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혹한과 갑작스러운 더위 등 이상기온 현상으로 양봉마저 40%나 폐사했다. 수분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과수농가들의 피해도 심각하고, 지역축제까지 취소해야 하는 등 후유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 만큼 위기에 직면한 토종벌 농가 등에 대한 충분한 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토종벌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질병이 최근에 기승을 부리는 원인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와 각종 유기화학물질 사용 급증 등이 꿀벌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환경 파괴가 토종벌의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리산 토종벌의 수난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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