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달가슴곰을 지리산에 보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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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만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지리산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두 마리의 반달가슴곰 새끼가 새로 태어난 것이다. 우리 곁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반달가슴곰들의 새 식구이기에 그 반가움은 더욱 각별하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되물을지도 모른다. "곰 한 마리 태어난 게 무슨 큰일이지?" 혹은 "사람한테 위험할텐데, 왜 곰을 동물원이 아닌 지리산에 풀어놓은거지?"

답을 먼저 말하자면, 반달가슴곰과 같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증식과 복원은 곧 생물학적 다양성(Biological diversity)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다양성이란 무엇인가? 지구상에 인간만 사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여러 종류의 풀이며 나무, 동물 등 다양한 생물종이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말한다. 이 생물다양성도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작년 2010년은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기념 메시지에서 "생물다양성은 생명,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삶(Biodiversity is life, Biodiversity is our life)"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생물종들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식탁의 풍성한 반찬, 건축자재, 옷, 의약품의 원료가 모두 다양한 생물종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아름다운 자연생태계는 우리에게 정서적 안정과 휴식을 가져다준다. 다양한 생물종으로 인해 우리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생물종 다양성은 곧 우리 인간의 삶의 터전인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해준다는 데 있다. 예로, 반달가슴곰이 식물성 먹이를 먹고 배설한 씨앗은 일반 씨앗보다 발아율이 약 1.5배가량 높다고 한다. 반달가슴곰 한 종으로 인하여 여러 동식물들이 훨씬 더 잘 성장하여 그만큼 생태계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발견된 생물종의 절반 정도가 사라졌을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크게 훼손되었다고 한다. 바로 인간활동에 의한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개발, 환경오염 등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반달가슴곰도 그 피해자 중 하나이다.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의 해수구제(害獸驅除)란 명목으로 대부분이 사냥 당하고, 그나마 살아남은 곰들도 60~70년대 밀렵으로 자취를 감췄다. 몇 년 전 무인카메라에 의해 지리산에서 실체가 확인되어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시작했으나, 이 또한 쉽지만은 않았다. 몇몇은 올무에 걸려 처참하게 죽었고, 또 다른 몇 마리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로 인해 야성을 잃고 자연적응에 실패했다.

전남 구례의 국립공원 종복원센터에 가보면 이러한 반달가슴곰 몇 마리가 있다. 사람의 손을 빌려서라도 자연으로 돌아가려 무던히도 애썼지만, 끝내 적응하지 못해 다시 전기철조망에 갇힌 반달가슴곰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올무를 설치하거나 길이 아닌 곳을 다니며 그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지 말자.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던져주지 말고, 그들의 먹이인 도토리나 산나물 등을 채취하지 말자. 희귀한 꽃을 보면 꺾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것들만 잘 지켜준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와 후손들에게 동물원의 반달가슴곰이 아니라, 바로 지금 저 너머 지리산에서 살아 숨쉬는 반달가슴곰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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