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장벽만 장벽이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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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라 노보셀로프의 '팔레스타인 벽'.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아랍인 사이를 물리적으로 분리시키는 벽이다.

솔직히 지구촌에 이렇게 많은 벽들이 존재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고, 세계화의 움직임 속에서 국가 간 무역장벽들도 사라지고, 통신기술의 발달로 세계는 하나가 되고 있었기에….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는 여전히 강철이나 콘크리트로 된 벽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고은사진미술관 본관에서는 오는 7월 11일까지 '사람 사이의 벽들'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상드라 노보셀로프와 프랑크 네쓰가 2년(2005년 7월~2007년 4월) 가까이 전 세계를 다니며 기록한 사진 50여 점이다. 장벽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장벽들이 바꾸어 놓은 삶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장벽은 한반도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미국-멕시코 장벽, 팔레스타인 장벽 등 8곳. 장벽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증언을 담은 54분짜리 영상물도 함께 선보인다.

佛 정치학자 2인 'DMZ' 등 대립 현장 기록
"벽돌벽·철망보다 이념 속 벽이 더 높았다"


불법 이민자들을 통제할 목적으로 세워진 미국-멕시코 국경의 장벽. 1989년 건설되기 시작해 2008년까지 미국에 의해 계속 확장된 녹슨 폐철 장벽은 그 오랜 역사를 잘 보여준다. 사진 속에는 관이나 십자가가 철 장벽에 매달려 있는 장면도 등장한다. 한데, 그게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그래서 작가도 사진 제목을 '국경 예술'이라 붙였다. 장벽이 주는 암울함의 극대화랄까.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아랍인 사이를 물리적으로 분리시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장벽도 여지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이스라엘인에게는 '테러방지벽'으로 불리지만 팔레스타인인에게 있어 이 벽은 '분리의 장벽'이고 '수치의 벽'일 뿐이다. 도시를 가로 지르는 9m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에 조금만 닿아도 경고음이 울린다고 한다.

인도-파키스탄 통제선의 풍경 사진은 벽, 경계가 갖는 무거움을 잠시 접어두게 만든다. 양국 경계병들이 펼치는 과잉(?) 행동과 그들의 표정에 관객은 웃지 않을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접근이 쉽지 않은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의 표정도 빼놓지 않았다. 철조망에 내걸린 한반도 사진, 그 옆으로 찾는 사람과 찾을 사람의 이름을 적은 푯말은 한반도의 비극을 상징하고도 남는다.

비록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벽들은 공통적으로 대립과 공존의 실패, 분단에 휘말린 삶의 면면을 이야기해준다. 외부의 공격을 차단하고 위협받고 있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벽. 이젠 나라와 개인을 분리·고립시키는 벽이 되어감을 실감한다.

두 작가는 지난 2007년 이런 내용을 담아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그들은 책에서 "철판이나 벽돌 혹은 철망으로 만들어진 높고 낮은 벽이 있는가 하면, 하나의 선이나 혹은 플라스틱 부표로 표시된 경계도 있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이들 장벽보다는 이념, 마음 속 장벽을 더 많이 느꼈다"고 했다. 수많은 경계, 벽으로 분리된 지구촌. 그 찢어진 현장의 일면이다.

▶'사람 사이의 벽들' 전=7월 10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고은사진미술관 본관. 051-744-3933.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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