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인드라망(網)

  • 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인드라(Indra)는 고대 인도의 힌두교 신 가운데 하나인데, 불교에서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받아들이면서 제석천(帝釋天)이라 부르게 됐다. 제석천의 궁전에는 수많은 보배 구슬로 이루어진 그물, 곧 인드라망(網)이 있다. 인드라망은 흔들면 서로 빛을 발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적을 물리치는 인드라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지만 불교에 귀의한 뒤 그물코마다의 투명 구슬에는 너와 나, 사람과 자연은 물론이고 온 우주 삼라만상이 휘황찬란하게 투영되어 있다는 연기법을 상징하게 됐다. 

비인간화 환경파괴 등 현대사회의 고질을 치유하는 대안으로 온 우주가 유기적 생명 공동체라는 인드라망에 주목하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자는 움직임이 지리산 실상사를 중심으로 일었고, 생태순환적인 농법의 귀농학교, 도농공동체를 지향하는 생활협동조합운동, 평화롭게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대안학교운동 등을 내세운 생명살림연대 '인드라망'이 1999년 창립됐다.

생명의 강 낙동강과 생태도시 부산을 지향하는 생태보전시민모임 '생명그물'도 하천의 자연성과 건강성 확립을 위한 '하천연구센터'로 지난 2003년 출범했다. "이 땅과 우리의 핏줄인 하천을 건강하게, 자연의 조화와 섭리에 마땅하게 되살리는 일에 생명을 다하겠다"는 것이 단체 이름을 생명그물로 바꾼 이유다.

생명그물, 강살리기네트워크, 서원대 생물교육과 변화근 교수팀과 부산일보사가 지난 11~12일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 8곳에서 생태조사를 벌인 결과 강 준설 및 보 건설로 물고기 종이 대폭 줄어들어 '빈 그물'만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생태계라는 큰 그물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강의 그물이 찢어지고, 그 강에서 살아가는 수중생물의 그물이 다시 찢어지면서 우주 삼라만상의 인드라망이 위협받고 있다. 인드라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다름 아닌 인드라망이었다는 점이 다만 두려울 뿐이다.

임성원 독자여론팀장 forest@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