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동 묘비석' 일본전시 무산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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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민들의 정착지가 된 부산 서구 아미동에 남아 있는 일본인 묘비석의 모습.

부산에서 오랜 세월 방치된 일본인 무연고 묘비석이 전시회 명분으로 고국 일본에 건너가서도 전시는커녕 어두운 창고 속에 갇혀 일주일을 보내게 생겼다. 당초 일본 후쿠오카 시청은 전시를 거부했지만 전시 주최 측인 한국해양대가 이를 무시하고 묘비석을 후쿠오카로 운반해 간 것이 이번 해프닝의 숨은 사연이다.

문제의 전시회는 27일부터 내달 1일까지 후쿠오카 시청 로비 전시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미래로 가는 회상 - 한·일 교류와 재부산일본인의 초상'이라는 사진전. 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과거 부산에 살았던 일본인들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사진 50여 점이 전시된다.


"'가문의 얼굴'… 전시 불가"
후쿠오카 시 통보 불구
한국해양대 측 일방적 추진
日서 창고 신세 '망신살'


그러나 사진과 함께 들고 간 묘비석 2기가 말썽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부산에서 숨진 일본인의 것으로 알려진 이 묘비석들에 대해 후쿠오카 시청은 사전 조율 단계에서부터 '전시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그럼에도 연구소 측은 지난 주 중 다른 사진들과 함께 묘비석을 일본으로 가져간 것이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묘비석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가족묘를 쓰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 묘비석은 한 가문의 얼굴과도 같다. 그런 개인적인 것을 함부로 공관에 전시하는 것은 무례라는 것이 후쿠오카 시청의 입장이다.후쿠오카 시청 국제부의 한 관계자는 "여러 차례 이메일과 팩스를 통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며 "그러나 이미 가지고 온 것을 돌려보낼 수도 없어 전시 기간 중 창고에 보관키로 했다"고 밝혔다. 묘비석은 일주일 간 시청 창고에 갇혀 있다 다시 부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고인 입장에서 봐도 여간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주최 측의 일방적이고 허술한 행사 준비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전시 사진들과 문제의 묘비석을 부산에서 화물로 부쳐만 놓고 현지에서 되찾는 서류상의 절차를 하지 않아 후쿠오카 시청 직원들이 직접 세관에 가 신고를 하고 찾아오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후쿠오카 현지의 한 교민은 "문화 교류란 문화적 차이의 상호 이해 위에 이루어지는 것일진대 이처럼 막무가내로 진행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크다"며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실제로 상호 교류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측은 "전달받은 팩스의 내용이 '안전상의 문제로 전시를 거절한다'는 내용이어서 '안전은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회신했다"며 "이후 조정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해프닝은 묘비석 관리 문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묘비석이 남아있는 아미동을 관할하는 서구청과 아미동주민센터의 관계자는 "묘비석들은 관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행사 주최 측에서 묘비석을 가져간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 묘비석이 일제 침략의 소산으로 반감은 불러올 수 있지만 일제강점과 피란 등 한일양국의 역사의 질곡이 오롯이 남아있는 의미이니 만큼 체계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후쿠오카=김종열, 이대성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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