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용 흙 어디 갔나? 모래에 농사 지을 판
기존 농지의 부드러운 흙인 경토가 사라진 경남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 갈매기 들판 현장. 김태권 기자4대강 살리기 사업장과 인접한 경남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의 농경지리모델링 사업장에서 반입된 낙동강 준설토 위에 성토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쌓아 놓은 기존 농지의 경토(耕土·토질이 부드러워 갈고 맬 수 있는 땅 표면의 흙) 상당수가 사라져 농민들이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농민들은 준설토와 함께 섞여 외부로 반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공사 업체들은 최근 계속된 장맛비 때문에 부드러운 경토가 기존 땅으로 흡수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농경지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원동면 화제리의 갈매기 들판. 총 30만4천㎡ 규모의 농지에 67만6천여㎥의 준설토가 반입될 예정인 갈매기 들판에 대형 포클레인 3대가 반입된 준설토를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갈매기 들판의 리모델링 공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돼 현재 공정률은 15% 정도.
4대강 인근 경토 사라져
양산 농민 "외부 반출"
업체 "땅에 스며들어"
그런데 최근 반입된 준설토 위에 성토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모아 놓은 기존 농지의 경토 상당수가 사라져 버린 것. 이 흙은 기존 농지의 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준설토가 반입되기 전에 농지 표면에서 깊이 50㎝까지의 흙을 파서 모아놓은 것이다. 갈매기 들판에만 10만여㎥에 달하는데, 이중 약 8만여㎥가 없어졌다.
한국농어촌공사 김해·양산지사 측은 "갈매기 들판은 리모델링 공사장이기도 하지만, 낙동강 8공구에서 나오는 준설토를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사토장으로도 사용되면서 이 흙이 준설토와 섞이면서 인근 농경지 리모델링 공사장인 외화·명언지구로 반출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근 외화(13만 8천여㎡)·명언(7만 2천여㎡)지구 사업장의 경토도 없어지기는 마찬가지. 현재 각각 70%와 4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외화와 명언지구 사업장도 최근 일부 경토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농민들은 "인근 갈매기 들판에 비해서는 적지만 이 흙이 사라진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화와 명언지구 사업장의 공사 업체들은 "경토의 일부가 사라진 것은 맞지만 인근 갈매기 들판과은 상황이 다르다"며 "이 지역의 경토는 매우 부드럽고 수분이 많아 최근 장맛비에 의해 기존 땅으로 스며들면서 없어져 버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지 성토용으로 쌓아 놓은 경토가 사라지면서 농민들의 걱정은 이저만이 아니다. 자칫하면 모래가 대부분인 준설토에 농사를 짓을 판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다른 곳에서 흙을 가져와 보충하기로 했지만 과연 수십 년간 농지로 활용한 양질의 흙과 같을지는 모르겠다"며 "지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김해·양산지사 관계자는 "시행사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부족한 경토를 모두 채워주기로 했다"며 "농민들이 준설토 위에 농사를 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