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장 되짚어 보기] 사진·유리공예 등 다양한 기획전 눈길
정광삼 '남포동'. 고은사진미술관 제공여름 휴가철은 화랑가의 비수기다. 지난 한 달간 부산 전시는 전반적인 양적 감소 속에 사진, 유리공예 분야의 대형 기획전이 눈길을 끌었다. 회화가 주류인 미술에서 사진과 유리공예 기획전은 부산 전시의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또 휴가를 테마로 한 시의성 있는 기획전은 일상탈출의 청량함을 선사했다. 전문 사진미술관, 백화점 갤러리 등 대형 공간들이 만만찮은 기획전을 쏟아내며 부산 전시 흐름을 주도했다.
전시의 압권은 고은사진미술관의 '부산사진의 재발견-징후로서의 사진, 기억과 트라우마' 전이었다. 1930~80년대 부산의 모더니즘 사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부산 사진의 역사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전례가 없는 전시였다. 1년간 준비할 만큼 공을 많이 들였다. 고은사진미술관은 100명의 작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인터뷰와 자료 수집을 했다. 21명의 작가를 선정해 200여 점의 방대한 사진들을 모았다. 그 결과 예술로서의 사진, 조형주의 사진, 기록사진 등 부산 모더니즘 사진의 다양한 층위를 보여주는 결실을 거뒀다.
전시
● '부산사진의 재발견'전
모더니즘 사진 흐름 한눈에
● '아트 플라주'전
관람객 참여형 이색
조현화랑이 개최한 사진작가 장민승의 '수성십경(水聲十景)'도 인상적인 사진전이었다. 철거 예정 아파트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서울 인왕산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사진이었다. 60인치가 넘는 대형 사진의 프레임 속에 아름다움과 추함의 두 가지 풍경을 대비적으로 잘 나타냈다. 단순한 기록 차원의 사진을 넘어 장소에 대한 주관과 주제 의식을 통해 공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소규모 전시장인 바나나롱갤러리의 '시각적 이명' 전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흥석 작가는 하이퍼 콜라주 형식으로 오브제 사진을 조합해 상상의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다. 사실성 재현을 넘어 사진 영역의 확장을 보여준 전시였다.
롯데갤러리 부산본점의 '유리조형의 거장, 데일 치훌리' 전은 세계적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화려한 색감과 생명력 넘치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유리 조형 예술의 극치를 맛볼 수 있었다.
휴가철을 겨냥한 테마전도 하나의 트렌드. 롯데갤러리 광복점의 '아트 플라주' 전은 관람객 참여형 전시였다. 관람객들은 작가가 만든 물침대 작품 위에 누워 바다 풍경을 바라보았다. 디지털로 된 폭포 작품의 영상과 물소리를 들으며 휴가를 만끽했다. 해초를 연상시키는 흰색 풍선 LED 조명을 헤치고 나가기도 했다. 수동적 관람 형태를 넘어 관람객의 적극적인 개입을 마련한 전시였다.
갤러리 이배의 '망중한' 전은 바쁜 일상 속에 쉼표를 찍게 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풍부한 여백과 서정적 화풍으로 표현한 오순환 작가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자연 속 느린 삶에 대한 욕망의 물결이 일었다.
전시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획전의 활성화다. 준비 기간이 길고, 테마가 명확하며 작품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부산 전시공간들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기획전을 많이 펼쳤으면 한다.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롯데갤러리 부산본점과 광복점 등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다채로운 기획전을 앞 다퉈 내놓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