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바꿔놓은 '어장'… 난류성 어종 본격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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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과 군소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난류성 어종인 자리돔과 파랑돔이 독도에 정착한 것 같습니다." 지난달 27일 부경대 김진구 교수는 직접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독도 서도 인근 수중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흥분된 표정으로 물 위로 올라왔다. 

김 교수는 다이빙 장비를 벗기 무섭게 "독도 인근 해역에서 난류성 어종인 자리돔의 부화한 치어를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해역에서 자리돔이 산란해서 부화하는 현상은 학계에 보고됐지만, 독도 인근 해역에서 부화한 치어를 생포한 것은 처음이다.


40년 새 해수 1~4도 상승, 생태환경 확 바꿔
심해·연안 먹이사슬망 형성 '동해 중심축' 부상
갯녹음 현상 동시 진행 지속 모니터링 필요



■독도 해역의 아열대화 현상

자리돔 치어를 생포한 채집망을 들고 탐구20호 연구선으로 올라온 김 교수는 "수중 조사를 통해 물속을 실제 확인한 결과 수심 20m 안팎의 어종 대부분이 자리돔이었다"면서 "특히 자리돔이 산란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는 1㎝가량의 아주 작은 자리돔 치어를 직접 생포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자리돔이 독도에서도 떼를 지어 몰려다니고 있었다"면서 채집망에 든 자리돔 치어 6마리를 보여줬다. 이번 치어 생포사실은 자리돔이 독도 해역에 정착해 산란했다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 제주도 해역에서 자리돔이 자기알을 부화해 새끼를 보호하는 산란보호행동이 학계에 관찰보고된 적은 있지만, 독도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이는 독도 주변 해역도 제주도와 같은 따뜻한 물이 형성돼 자리돔이 산란할 수 있는 서식환경이 갖추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개체수가 출현하게 된다면, 기후온난화로 인한 해양환경 변화가 독도의 해양생물 생태에 영향을 미친 직접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류성 어종인 파랑돔도 독도 해역에서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1㎝가량의 파랑돔 어린 새끼를 생포했다. 6~10월에 제주도에서 난류를 타고 울릉도와 독도까지 올라오는 파랑돔도 독도 해역에서 집중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파랑돔은 울릉도 주변 해수 온도가 섭씨 1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6~10월 말에 집단적으로 서식한다.

김 교수는 "파랑돔의 독도 발견 사실이 학계에 보고된 적은 몇 번 있지만, 증거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자리돔의 산란·부화, 파랑돔의 발견 등은 독도 해역이 기후온난화 영향으로 아열대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학적인 근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채집된 파랑돔과 자리돔 치어의 DNA를 제주도에서 채집된 동일 어종과 비교분석해 국제학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기후온난화에 따른 독도를 포함한 동해의 해수온도 상승도 뚜렷하게 관찰됐다. 이번 조사에서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김상우 박사는 "독도를 포함한 동해 남부와 중부의 연근해 해수온도가 지난 40년 동안 섭씨 1~4도 상승했다"면서 "이로 인한 어족자원의 변화 등 해양생태계의 변화현상이 뚜렷해 기후온난화와 해수온도 상승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해수온도 상승의 원인을 온난화로 추정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겨울철 수온이 많이 올랐다"면서 "겨울철 수온이 상승하면 가을에서 겨울을 거치지 않고 바로 봄으로 계절이 변하는 기후이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독도, 동해 해양생태계의 중심축

독도가 동해 심해와 연안생태계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사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수심 200m까지 난자치어(어란과 새끼물고기) 채집조사 결과, 수심 500m 이상의 심해에서 서식하는 붉은 대게의 유생이 독도 주변 해역에서 분포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독도 4㎞ 주변은 수심이 2㎞까지 떨어지는 지질학적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독도 연안에서 큰 물고기의 먹이생물 역할을 하는 멸치와 앨퉁이가 다량 분포하는 것이 확인됐다.

즉, 심해와 연안의 어족류의 먹이사슬망이 독도 주변 해역에 형성돼 있다는 것. 독도수산연구센터 이해원 박사는 "이번 정기조사 결과 역시 동해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중심 역할을 독도가 하고 있으며, 독도의 해양생태계가 수심 2천m의 동해 심해 해역과 연안을 아우르는 고유생태계로 기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독도 동·서도 갯바위에 상륙해 6차례에 걸쳐 인근 해역에 대한 수중잠수 조사를 한 부경대 최창근 교수는 "해조류 생육밀도가 감소하고 갯녹음 현상이 심화하는 징조가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7일 하루에만 3차례에 걸쳐 스쿠버다이빙 조사를 한 최 교수는 "독도의 동도와 서도 조하대(썰물에도 물이 빠지지 않고 물속에 잠겨 있는 부분. 주로 따개비류와 해조류가 서식)에는 대형 갈조류인 감태와 대황으로 구성된 해중림이 발달해 있지만, 점차 면적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독도 해저면 암반에 해조류를 볼 수 없는 곳이 많다"고 수중 사정을 설명했다.

갯녹음현상은 바다의 암반이 하얗게 변해 수산 동·식물이 살아가지 못하는 현상. 최 교수는 독도 갯녹음 현상의 원인을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의 이상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했다.

최 교수는 "독도 주변 해역을 대상으로 현재와 같은 지속적인 모니터링 연구를 수행하면 독도에 생육하는 해조류 및 어류의 계절 변동과 우점종의 변화,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 동·식물상의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다"며 지속적이고 대대적인 독도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병철 기자 peter@busan.com

동영상=황수형 VJ
더빙=박영재 대학생인턴
내레이션=이정아 인턴 아나운서
사진제공=부경대 최창근 교수·국립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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