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현의 세상 속으로] 을숙도의 힘겨운 철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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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겨울 철새와 낙동강 일몰을 보기 위해 을숙도를 찾았다. 새들이 유유히 날아오르는 갈대숲과 습지를 지날 땐 정갈한 자유와 엄숙함마저 느껴졌다. 을숙도 남단 갯벌에서는 고니와 오리떼 1천여 마리가 소리를 내며 '고니 아빠' 전시진 씨가 던져주는 고구마 먹이를 받아먹고 있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고문인 전 씨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낙동강 하류의 수심이 깊어지고 낙동강 하굿둑 상류의 둔치들은 수변부가 파괴됐다. 먹이가 줄어들고 서식처를 잃은 철새들이 을숙도와 서낙동강 쪽으로 몰려와 먹이가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의 김경철 습지보전국장도 "낙동강 하굿둑 상류 염막둔치의 경우 4대강 사업 이전인 2007~2008년엔 2천800~2천300개체 정도의 철새가 찾았지만 현재는 700여 개체로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내년 서낙동강 상류의 맥도강과 평강천 쪽에서도 공사가 시작되면 철새들의 피난처가 없어지게 된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생태 파괴 심각

인류도 병든 지구 떠나 우주 방랑할 수도


을숙도 상단의 일웅도는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로,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 일웅도에는 철새가 없다. 둘러보니 생태공원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자연습지와 갈대숲을 뒤집어엎어 놓았다. 인공 섬과 인공 수로, 목도, 산책로 등 도심공원의 형태만 보인다. 멸종위기 보호종인 맹꽁이와 수달의 서식지였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토목정부의 무차별적 개발정책이 낳은 부작용이다. 인간과 자연 사이 공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징후들이다. 을숙도 갯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만난 고라니 새끼의 겁먹은 듯, 애원하는 듯 애처로운 눈동자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작년에는 을숙도 갯벌을 찾은 고니 몇 마리가 크게 다쳐 야생동물치료센터로 옮겨졌다고 한다. 철새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 탐방객들이 던진 돌에 맞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 잔인함과 파괴성을 확인하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인간들의 절제 없는 개발 때문에 매년 엄청난 규모의 습지와 갯벌과 녹지가 훼손되고 있다. 헛된 욕심을 채우기 위한 마구잡이 사냥으로 코뿔소, 반달가슴곰 등 멸종 위기의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밀림은 문명과 개발의 이름으로 불태워지고 있다. 생물과 환경의 유기체인 '지구 가이아'가 신음하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폭염과 강추위 등 이상기후가 지구의 자연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인류가 영원히 존속할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인간은 바이러스의 공격에도 속수무책이다. 천연두와 스페인독감에 이어 에이즈,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은 아직도 공포의 대상이다. 동물 행동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바이러스 등 기생생물이야말로 동물의 생존을 좌우하고 세상을 지배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역사적 시간으로 보면 찰나의 순간에 기계문명사회를 이룩했지만 생태파괴를 일삼고 있는 현생인류를 그리 오래 번성하지 못할 동물로 보는 회의적인 과학자들도 있다. 미래에 대한 배려도 없이 자연과 동식물을 파괴하고, 도로와 고층건물의 물질적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인간들이 현명하거나 지혜롭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지구가 병들어 살 수 없는 곳이 되면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공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면, 오염되지 않은 새로운 행성을 찾아 어디론가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목에 식별표시인 '빨간 목도리' '파란 목도리'를 두르고 몽골에서 을숙도로 날아온 철새처럼 우리 인류도 언젠가는 파괴된 지구를 떠나 우주 곳곳을 옮겨 다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판도라 행성의 자원을 얻기 위해 군대를 보내는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전쟁과 테러와 환경오염과 인구과잉과 가난과 기아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우주 범선을 타고 희망의 별을 찾아나서는 1천 년간의 우주여행을 다룬 소설 '파피용'의 경우처럼 말이다.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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