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듯… 동남아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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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빈의 '사람-싱가포르'.

2000년대 들어 국제미술계는 동남아 지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이어 인도를 거친 아시아 미술의 열기는 이제 동남아를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시점에 고은사진미술관이 한국과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세안 10개국의 사진작가 26인이 참여해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크로스 스케이프'(Cross-Scape·교차 풍경) 전을 마련했다.

아시아의 문화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피면서 동시대 예술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교차하고 소통하며 융합하는 풍경'이라는 주제 아래 각국의 독특한 문화 양식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고은사진미술관의 '크로스 스케이프'

작가 26명 아세안 10개국 촬영 작품


이번 전시의 백미는 한국 사진작가 7인이 아세안 10개국을 방문해 각국의 풍경을 자신만의 시각과 감성으로 재해석해 담아낸 작품들.

김대남은 인도네시아에서 2개월간 직접 생활하면서 서민의 삶을 지키는 수많은 '포스깜링'(초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네 정자나 쉼터와 닮은 포스깜링은 낯선 이에게 새로운 사회와 문화의 차이점을 넘어 강한 동질감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편집을 통해 사진으로 독특한 감정을 전달하는 작가 난다는 필리핀과 캄보디아 두 나라 도시의 표정을 담아왔다. 사진은 두 나라 도시의 정체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두 나라 모두 아시아 국가이지만, 각각 가톨릭과 불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두 도시의 표정이 너무나 이질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태국과 라오스에 다녀온 박승훈은 옷감을 짜듯 필름을 엮어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었다. 씨줄과 날줄이 합쳐 옷감이 되듯 여러 의미가 있는 대상을 얇은 영화용 필름으로 조각나게 촬영해 해체하고 이를 다시 수작업과 디지털 작업을 통해 필름을 붙이고 엮어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자칫 밋밋해질 수도 있는 도시의 풍경이 작가의 독특한 연출 방식에 의해 색다르게 다가온다. 멀리서 보면 필름 하나하나가 퍼즐 조각처럼 느껴진다.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조합한 왜곡을 통해 도시의 과장된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재현해 내는 임상빈은 싱가포르를 택했다. 작품 '사람-싱가포르'는 동일한 장소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두 장의 사진을 대비시킨다. 하나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옥상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고층건물로 채워진 싱가포르 도시 풍경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고층건물로 채워진 싱가포르 도시 풍경은 수영장에서 보는 도시 건물 모습이다. 작가의 연출에 관람객은 같은 장소지만 전혀 다른 공간감을 느끼게 된다.

카트를 끌고 끊임없이 세상을 떠도는 현대 태국인들의 소비만능주의 풍조를 비판한 태국 작가(Manit Sriwanichpoom) 등 외국 작가의 작품 또한 아시아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스트레이트 한 사진에서 합성과 복제, 조작을 통해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이미지를 탐구하는 사진까지. 한 공간에서 여러 방식의 작품들이 서로 소통하고 융합하면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미학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크로스 스케이프'(Cross-Scape·교차 풍경) 전=2012년 3월 18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고은사진미술관 본관. 051-746-0055. 정달식 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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