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장 되짚어 보기] 갤러리 '1월은 쉬어 가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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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성, 부산 사진의 여명'전에 나온 정인성의 작품.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미술

2012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20일. 기대를 너무 했을까? 부산 미술판의 시작은 극히 실망스럽다. 좀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리멸렬이고 눈길을 끌지 못했다.

설이 예년보다 이른 1월에 있어 '숨 고르기'를 하나 보다, 라고 위로해 보지만, 그래도 역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허함'은 어쩔 수 없다. 기획, 전시 모두 변화가 읽히지 않는다.


변화 없는 식상한 전시 실망

'안녕…''정인성…' 기획전

참신한 시도에 그나마 위안


그런 가운데서도 몇몇 전시는 이런 허함은 다소나마 위로해 주었다. 그중 하나가 부산시립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안녕 없는 생활들, 모험들' 전. 이 전시는 '삶에서 현실적이고 원초적으로 느끼는 행복이 정말 행복한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행복의 환상, 행복의 허구, 행복의 이율배반을 찾아냄으로써 행복조차 무작정 자유로운 개인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전시다. 그런 점에서 '더 좋은 차 사고, 더 좋은 아파트에 살고, 더 많이 돈을 버는 것=행복'이라는 고정된 생각의 틀을 깨는 신선함이 돋보였다.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따듯한 도시'(city of warmth) 전은 인상적이었다. 조각가 강은구는 금속으로 도시의 아름다움 혹은 이중성을 제대로 표현했다. 작가는 동화책을 펼치면 집이나 괴물이 책 속에서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팝업 북이나 팝업 카드 형태의 조형물을 강판으로 만들었다. 이중 삼중으로 입체화되어 있는 차가운 스테인리스 강판. 거기에 LED나 형광등 조명을 은은하게 비치게 해 오히려 차가움 속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한 것이다. 작가는 "매일 보는 도시지만 그 이면에도 따뜻한 감성이 흐르고, 뭔가 잊고 살지만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부산의 이야기, 부산의 역사와 관계된 전시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그중 하나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정인성, 부산 사진의 여명' 전. 정인성은 부산 사진의 1세대로 1930년대 후반부터 부산에서 활동한 작가다. 부산 사진을 이야기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정인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번 전시는 사진가 정인성과 그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잘 분류된 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자료와 그림으로 보는 부산의 근·현대 풍경' 전에서는 기획자의 정성이 느껴졌다.

언급한 미술관이나 화랑을 제외하곤 대체로 다른 여타의 전시들은 지지부진했다. 새해 인사치레의 전시라고나 할까. 감흥이 약했다. 아니 실망했다. '1월=쉬어 가는 달'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지난해 보았던 작가들의 작품이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또 다른 갤러리에서 비슷한 작품 형태로 전시돼 있기도 했다. 상업 화랑이고 작가도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게 만연해 있다면 문제다. 작가에게서는 부단한 노력을, 화랑에서는 참신한 기획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센텀아트 스페이스의 박성희 큐레이터는 "최근 전시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소감이다. 일부 작가 중에는 수년간 작품이 그대로인 작가도 있다. 처음엔 신선했지만 변화가 없으니 신선함이 떨어지고 되레 식상해지고 있다"며 작가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여느 때보다 올해는 부산시립미술관에 대해 거는 기대도 높다. 2월까지 미술관 일부를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 더더욱 그러할 터. 대대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이런 움직임이 시민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면, 자못 기대된다. 이참에 십수 년의 연륜을 쌓은 부산시립미술관이 지역 미술에 대한 천착이라는 초심을 다시 새겼으면 한다. 따지고 보면, 부산 미술에 천착할 수 있는 곳은 부산시립미술관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미술관은 그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이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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