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분신 사망' 경찰 축소 은폐 논란
분신 사망이냐, 단순 과실사냐.
지난 16일 밀양 고압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해 분신 사망한 주민 이치우(74) 씨의 사인을 경찰이 단순 과실사로 발표한 데 대해 '축소 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2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이 이 씨의 분신 사망과 관련, 일련의 상황을 숨기고 단순 과실사로 언론에 발표하는 등 사태를 축소 은폐하고 있다"며 "고(故) 이치우 열사의 희생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경남도당, 119상황실 녹취록 등 공개
"일련의 상황 숨기고 단순 과실사로 수사 발표"
경찰 "목격자 진술 토대 보고서… 은폐 아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17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 씨가 나무 잔가지를 모아 불을 붙이려던 중에 몸에 불이 옮겨붙어 사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분신'이라는 단어를 공개적으로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송전선로 건설 반대와 고인의 죽음을 별개로 처리해 보고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지난 16일 밀양소방서 119 신고 내용을 보면 스스로 경찰서 직원이라고 말한 신고자가 '분신한 사람이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16일 오후 8시 9분 당시 신고한 경찰관과 119 상황실의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녹취록에는 밀양경찰서 직원이라고 밝힌 신고자가 "산외면 보라마을에 분신하신 분이 있다. 빨리 와 달라"고 다급하게 요청한 내용이 약 42초간 녹음돼 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밀양소방서도 사인을 자살로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당시 밀양소방서 119 대원이 시신을 이송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거부로 무산된 뒤 '자살 시도'라고 표기한 이송 거절·거부 확인서를 함께 공개했다.
고 이치우씨는 사건 발생 당일 새벽부터 한전 측이 동원한 용역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오후 6시와 7시30분께 두 번에 결쳐 분신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기름통을 빼앗자 마을회관으로 돌아간 뒤 8시 9분께 온몸에 기름을 끼얹은 상태로 마을 입구 삼거리로 걸어와 일회용 라이터로 몸에 불을 붙여 사망했다.
백두현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은 "고인은 생전에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면서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되겠다고 말해 왔다"며 "경찰이 정확한 현장조사와 사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단순 과실사로 몰아가는 것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특히 경찰의 이 같은 발표가 한전 측의 책임 회피에 이용되고 있다며 경찰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한전 측은 지난 1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경태 의원의 질문에 대해 경찰의 발표 내용을 빌려 분신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최초에 작성된 변사 발생 보고서는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 등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라며 축소 은폐 시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분신인지 아닌지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유류 구입 경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조만간 정확한 사인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상섭 선임기자·강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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