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뻥끗해도 탄로 나는 구린내의 정체…

자동차 판매 영업을 하는 황호성(37·가명) 씨는 최근 고객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활동적인 성격으로 평소 고객들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실적 또한 우수했던 그가 갑자기 심경 변화를 일으킨 이유는 다름 아닌 입냄새다. 언제부턴지 모르겠다. 사실 입냄새는 본인보다 상대방이 더 잘 맡는다. 다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말해주기가 곤란스럽다. 그래서 모르고 있었다 황 씨는 최근 몇 명의 고객들로부터 입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전혀 뜻밖의 말이었기에 더욱 충격이었다.
'발냄새는 참아도 입냄새는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라도 입냄새가 난다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성과의 사귐 뿐만 아니라 영업, 면접 등 사회생활의 모든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이 줄어든다. 만성적인 입냄새는 청결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때로는 아무리 입 속을 청결히 하더라도 입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치 청결상의 문제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심할 경우 인격적인 모욕까지 느껴야 한다.
입냄새 80% 구강 문제
코·목·위 질환도 원인
설탕 든 커피·껌 피하고
과일·야채 등 섭취해야
배고픔도 구취 유발자
규칙적인 식사로 예방
■ 원인 중 10% 이상이 입과는 무관
입냄새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80% 이상의 경우 구강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밥 먹고 양치를 안해서' 생기는 냄새는 아니다. 대체로 풍치나 충치 등 병변이 있는 곳에서 발생한 구강 내 혐기성 미생물에 의한 것이 많다. 이밖에도 틀니나 보철물 같은 구강 내 장치를 하고 있는 경우 구강 내 표면 점막에 음식이 고여서 치석막이 잘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 냄새의 원인이 된다.
입 속을 깨끗이 하고 구강 청결 관리를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강한 입냄새가 나면 구강이 아닌 다른 곳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가 코에 의한 것. 만성 부비동염, 비강에 생긴 악성종양, 비강 내의 이물질에 의해 냄새가 생긴다. 두 번째 원인으로 목을 들 수 있다. 편도 표면에 음식이 고여 형성된 세균막이 입냄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셋째로 역류성 위식도염 등 소화기관 내 질환도 입냄새의 원인이 된다. 넷째, 내분비계통의 원인으로는 당뇨병과 요독증, 만성 간질환 등의 질병을 앓고 있을 때 입냄새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 외 여성은 월경 기간에 입냄새가 심해지기도 하고, 임신이 입냄새를 유발하기도 한다. 공복이 길어질 경우에도 입냄새가 심해진다.
■ 식후 커피·껌·담배도 입냄새 유발
입냄새를 유발하는 음식으로 파, 마늘, 양파, 겨자류, 달걀 등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음식물은 주로 입냄새 유발 물질인 황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육류도 좋지 않다. 육류에 포함된 단백질은 악취를 일으키는 황화합물을 형성하는데 좋은 영양분이 될 수 있어 입냄새를 촉진한다.
식사 후 필수(?)라고까지 불리는 커피와 껌, 담배도 입냄새을 유발한다. 한국 사람들은 흔히 커피에 커피크림이나 우유, 설탕을 타 마신다. 커피크림이나 우유에는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어 육류에서와 같은 이유로 입냄새를 일으킨다. 설탕은 치석의 원인이 되는데, 구치 박테리아가 이 치석 밑에서 숨어 살기 쉽다. 담배 속 니코틴과 타르 성분 또한 치아 표면에 달라붙어 치태와 치석이 잘 생기도록 한다. 또 흡연을 하면 침 분비가 줄어들고 입이 마른다. 입이 마르면 황화합물이나 암모니아 성분이 늘어 입냄새가 심해진다. 설탕이 포함된 껌 역시 입냄새와 충치를 유발한다.
■ 손등에 침 발라 자가 점검 가능
앞서도 언급했지만 자신의 입냄새를 정작 자신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침이나 날숨을 이용하면 자신에게서 입냄새가 나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손등에 침을 바르고 냄새를 맡아 본다. 입냄새의 성분은 휘발성이 강하므로 침이 마르기 전에 재빨리 맡아야 한다. 다른 방법은 양손이나 컵에 '후∼' 하고 날숨을 쉬어 냄새를 맡아볼 수 있다. 입으로 내뱉은 숨은 금방 공기 중에 섞여 버리기 때문에 실제 입냄새는 이보다 더 진할 것이라 예상해야 한다.
좀더 정확히 자신의 입냄새를 확인하고 싶다면 할리메터라는 입냄새 측정기로 진단해보는 방법이 있다. 할리메터는 입냄새 유발 물질의 함유량을 분석해 입냄새의 정도를 파악하는 장비다. 음주측정기처럼 가느다란 관을 통해 힘껏 숨을 내쉬면 악취를 일으키는 황화합물의 양을 ppm 단위로 표시해준다. 검사 시간은 5~10분 정도로 간편하다.
■ 과일 등 저지방 음식 섭취로 예방
대부분의 입냄새는 구강 내 원인으로부터 유래하므로 건강한 구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막연하게 구강 내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입냄새가 발생할 경우 구강 내 원인 중 직접적으로 관련된 요인들을 찾아내어 제거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인에 따른 치료를 위해서는 설태의 제거, 치주 질환 및 구강 내 염증 치료, 올바른 칫솔질 및 혀 닦기, 인공 타액 사용 등을 들 수 있다.
구강 외 원인일 경우에는 내과 및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혈액 검사를 비롯해 위내시경 검사도 필요하다.
식습관의 변화 역시 입냄새 치료 및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입냄새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포함한 저지방 음식의 섭취가 바람직하다. 허기가 입냄새를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식사 습관도 중요하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도움말=부산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정성희 교수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김강하 교수
부산치과의사협회 이재화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