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다 무서운 무지와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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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네프쯔거의 '솜털 구름'(Fluffy Clouds) 연작.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1년이 지났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지난달 부산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는 남의 문제가 아님을 절실하게 보여줬다. 50여 명의 정상은 26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2012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를 열었다.

때마침 고은사진미술관에서 '하얀 미래, 핵을 생각하다'를 주제로 한국 일본 독일의 작가가 참여하는 사진전을 열고 있다. 핵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진전의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 이상일 고은사진미술관 디렉터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때부터 구상했으니, 꼬박 1년가량 준비한 기획"이라고 했다.


한·일·독 작가 사진전 '하얀 미래…'

후쿠시마 원전사고때 구상 1년 준비



독일 작가 위르겐 네프쯔거(44)의 사진은 우리의 삶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 원자력이 위치하고 있는지, 그것을 얼마나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품 속엔 언제나 원자력발전소가 등장하지만, 일상이나 여가에서 원전은 마치 보이지도 않고, 인식하지도 못하는 존재다. 원자력발전소를 뒤로하고 여유롭게 골프를 치고, 원자력발전소 옆 강에서 태평하게 낚시를 한다. 원전을 뒤로하고 수많은 사람이 한가롭게 수영하는 장면에서 불안이나 위험은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 원자력보다 섬뜩한 것은 되레 이런 풍경 아닐까?

한국 작가 정주하(54)는 영광, 울진, 월성, 고리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주변 마을의 일상 풍경을 보여준다. 2003년부터 핵 관련 사진을 찍어온 작가는 "평온한 화면 곳곳에 보이는 원전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반성과 성찰이다. 더불어 원자력 에너지로 인한 풍요와 편리함 이면에 가려진 위험과 불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했다. 고리 원전 앞바다 바위섬에서 아이들이 다이빙하는 모습, 원전에서 냉각수가 흘러나오는 바다의 풍경, 영광원전이 보이는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는 사람의 모습에서 그런 의도가 읽힌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사고에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원전을 소재로 작업해 온 일본 작가 고다마 후사코(67)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의 모습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출입이 통제된 마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원자력의 은폐된 위험을 경고한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단순히 지진에 의한 사고로만 보는 국가와 전력회사, 방송과 언론 매체들을 보고, 이대로 둬선 안 되겠다 싶어 후쿠시마 폭발로 인한 인근 피해지역을 사진에 담았다"고 했다. 하지만 원전 폭발과 같은 직설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원전 피해지역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녀는 "바로 이것이 본질적인 문제는 도외시하고 호들갑만 떨며 보도하기 바쁜 언론과 다른 내 사진만의 차이점"이라 했다.

원자력은 국가의 전략적 홍보 덕분에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인식됐다. 하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인류에게 보냈다. 가까운 원자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온 냉각수가 섞인 바닷가에서 아무런 위험의 징후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가장 무서운 것은 어쩌면 이 무지와 망각이다. 3명의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하얀 미래, 핵을 생각하다' 전=6월 24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고은사진미술관 신관. 051-744-3933.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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