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수사반장

  • 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970~80년대 미국에 '형사 콜롬보'가 있었다면 한국에는 '수사반장'이 있었다. '수사반장'에서 '박 반장'으로 나오는 최불암 씨는 빗질하지 않은 머리카락에 수수한 바바리코트가 인상적이었다. 수사관이라기보다는 정의를 바로세우는 '큰 어른' 같은 캐릭터였다. '콜롬보'역의 피터 포크는 추레한 레인코트 차림으로 언뜻 보기에는 어수룩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그럼 두 사람 중 누가 더 뛰어난 수사관일까? 정답은 수사반장이다. 방영시간을 기준으로 '수사반장'은 50분 내에 사건을 해결하지만 '콜롬보'는 1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당시 나돌던 유머다.

"빠바바바밤~~ 빠바바바밤~~." 일요일 저녁이면 독특한 오프닝 음악으로 시작되는 '수사반장'을 보기 위해 TV 앞에 모였다. 휴머니즘적 접근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 이 수사실화극은 시청률 70%에 이르는 국민드라마였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다 보니 갖가지 뒷이야기를 남겼다. 최 씨의 일화다. 72년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전화를 받았다. "저 육영수예요, 안녕하셨어요 최불암 씨." 최 씨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육 여사는 "담배 피우는 장면을 조금 줄이면 어떨까요. 온 국민이 따라서 피울까 봐 우려됩니다"라며 말을 맺었다. 방송국으로 찾아와 최 씨에게 바람피우는 남편을 잡아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수사반장'의 최 씨가 엊그제 명예총경으로 승진·위촉됐다는 보도는 흑백 화면의 기억을 되살리게 했다. 최 씨는 1977년 5월 명예경정으로 위촉된 뒤 35년 만에 승진한 셈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수사반장이 보여준 경찰상에 대해 우리 경찰 모두가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과 관련해서 경찰 위상이 떨어지는 걸 보고 속이 많이 상했다"고 했다. '수사반장'이 보여준 경찰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경찰의 본분이라는 것이었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