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수영강,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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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사회부장

역사상 강을 끼지 않고 번성한 도시는 없었다. 그래서 강은 문명의 젖줄로 불린다. 인류의 4대 문명도 강과 인간의 뒤섞임이었다.

부산의 동쪽 끝에는 수영강이, 서쪽 끝에는 낙동강이 있다. 하지만 두 강은 현대사를 거치며 사람과 멀어졌다. 산업화, 도시화의 광풍이 몰아친 동안 두 강은 타자의 영역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수영강과 낙동강의 역할은 기껏해야 부산의 식수원이자 하수구 역할에 그쳤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끝나자 부산의 경쟁력도 추락 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는 강이 실종된 탓도 있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대책없이 강과 따로 흘러왔다.

수영강은 원효산에서 발원해 수영만에 이르는 연장 28㎞의 지방2급 하천이다. 상수원보호구역 때문에 상류는 오랫동안 통제구역으로 남아 있었다.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는 강, 그것은 강이 아니었다. 하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였다. 하류는 철저히 이 도시의 하수도 역할을 수행하였다. 오염의 주범은 서·금사지역 공단이었다. 반송동 반여동 등 집단 거주지역에서 나오는 생활오수도 만만찮았다. 하류에서는 금정구 동래구의 생활오수를 모은 온천천과 합쳐져 거대한 하수구를 이루었다. 강바닥은 시꺼멓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그래서 한때 수영강은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통제와 오염의 대상이던 수영강이 최근 보인 변신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먼저 상류 법기수원지가 지난해 개방됐다. 한 해 앞서 회동수원지 둘레길도 개방됐다. 중하류 수질오염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동래구 금정구 일원의 하수도 차집관로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생활오수 유입이 차단됐다. 오염이 치유되고 통제가 풀리니 사람이 모여들었다. 상류 수원지에는 주말마다 사람들로 만원이다. 지류인 온천천을 걸으려면 낯선 이와 어깨가 부딪칠 각오를 해야 한다.

여기에 반가운 소식이 더해졌다. 본보의 '수영강을 연어의 모천으로' 취재팀이 수영강에서 수달의 서식지를 발견했다. 1급수에서 산다는 수달까지 동거인으로 맞이하게 됐다. 수달 다음엔 연어의 모천으로 되돌아가는 일도 머지않아 보인다. 물론 반송동 반여동 서·금사동에서 유입되는 생활오수, 소규모 보와 댐 등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서쪽의 낙동강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낙동강 하굿둑을 개방해 기수역(汽水域)을 복원하는 일이 추진되고 있다.

기수역은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지역으로 자연생물의 보고로 알려지고 있다. 낙동강의 기수역은 지난 1987년 하굿둑이 생기면서 파괴되어 버렸다. 기수역이 복원되면 지역 특산물인 웅어 망둥이 재첩을 볼 수 있게 된다.

낙동강 하굿둑의 용도는 용수확보였다. 하천변 농경지의 염해 방지, 공업용수 확보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유속 저하로 오염이 가속화되고 기수역 상실로 인한 생태계 파괴라는 더 큰 부작용을 가져왔다. 4대강 사업으로 농경지가 정리되고, 공업용수 정수장을 20㎞ 상류지역인 김해시 대동면으로 이전할 예정이어서 하굿둑의 불가피성이 사라진 마당이다.

부산시는 낙동강 하구의 습지보호구역(37㎢)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겠다고 올해 초 약속했다. 람사르 습지 등록과 하굿둑 주변의 기수역 복원도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강에 대한 투자를 미적대는 부산시의 태도는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부산시의 장기 발전 프로젝트에는 왜 수영강과 낙동강의 미래에 대한 언급이 빈약한지 알 길이 없다. 강을 끼지 않고 도시의 융성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라. 다리 놓고 길 넓히는 일 못지않게 화급한 일이 두 강을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다. 행정당국은 물론 시민, 환경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0여 년 전, 수영강에 숭어가 뛰어오르자 뉴스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수영강에 연어가, 낙동강에 망둥이가 뛴다는 뉴스가 기다려진다.

ye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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