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20t 한집서 나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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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A 할아버지의 2층 주택 청소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쓰레기들. 언뜻 폐가로 보이기 쉽지만 집주인인 A 할아버지는 이 집 2층에서 버젓이 10년 째 거주 중이다. 권상국 기자

그야말로 '쓰레기 만물상'이었다.

지난 8일 부산 금정구청 청소과 직원 등 70명이 넘는 인원과 차량이 동원된 대청소의 현장은 금정구 A(77·가명) 할아버지의 2층 주택. 10년째 이 건물에서 혼자 살아온 할아버지는 악취미라고 밖에 평할 수 없는 '수집벽(?)'을 지니고 있다.

청소 현장 근처에만 다가가도 형언할 수 없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낡은 폐자재가 풍기는 냄새에 동물의 분뇨 냄새까지 섞여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A 할아버지는 황당하게도 2층 난간에 개에서부터 오리와 닭, 토끼까지 사육 중이었다. 동네주민 B(70) 씨는 "이 동네 폐품이란 폐품은 죄다 모아놓아 대문 근처만 가도 쥐와 구더기가 들끓는다"며 "난간에 가축까지 사육하는 걸 보고 주민들이 수 차례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70대 노인 고물 수집 '취미'
개·닭 등도 사육 악취 진동
이웃들 구청에 민원 대청소


티격태격하면서도 이웃이니 참고 살던 동네 주민들이 결국 구청에까지 민원을 접수시킨 건 A 할아버지의 난로 때문이었다. A 할아버지는 쓰레기 수집도 모자라 난방비를 아끼겠다며 안방 창문에 연통을 달고 방 안에 화목난로를 설치하는 위험천만한 난방을 시도했다. 도심에서 난로에 쓸 장작을 구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나무 대신 할아버지는 낡은 비디오 테이프를 무더기로 구해다 난로에 태우기 시작했다. 화재 위험에 전전긍긍하던 이웃들은 유독가스에 결국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다.

주택을 가득 채운 쓰레기를 옮기기 위해 대형 트럭 3대를 준비했던 구청 청소과는 쓰레기가 예상을 훨씬 넘어서자 크레인까지 불렀다. 인력으로 치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 할아버지의 수집품은 품목도 상상을 초월했다. 앞마당에서는 아이스박스에서 팩시밀리, 여행가방이 나왔다. 급기야 용도를 알 수 없는 승용차 문짝까지 발굴(?)되자 이를 지켜보던 이웃들의 입에서는 결국 헛웃음이 튀어나왔다.이런 이웃들의 고통을 아는 지 모르는 지 A 할아버지는 직원들이 살충제 빈통만 치우려해도 고함을 지르며 '그건 쓰는 거니 버리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집 안에 쓰레기를 모아둔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다 쓸 수 있는 물건만 주워왔는데 하도 모으다 보니 이제 혼자 치우려해도 엄두가 안났다"고 쑥스러워했다.

온동네 주민의 관심 속에 치러진 '쓰레기 만물상' 청소는 방역을 마치고 2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이 할아버지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양은 모두 20t에 달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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