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다수' 넘어 '선의의 다수'가 되어야죠"
천주교 부산교구장인 황철수(왼쪽) 주교가 지난 20일 수영구 남천동 '빈빈'에서 대립과 갈등을 풀 천주교식 해법을 놓고 부구욱 영산대 총장과 대담하고 있다. 영산대 동양문화연구원 제공대립 갈등이 불가피하다면 우리는 다양한 해법을 놓고 선택을 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 남을 받아들이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각계의 조언이 절실한 상황에서 종교와 학문으로부터 힘을 얻자는 움직임이 '남천문화포럼'이다. 문화공간 '빈빈'과 영산대 동양문화연구원 주최로 지역 종교 원로와 학자들이 참여해 결성된 모임.
그 첫걸음으로 지난 4월부터 '종교지도자와의 대담'을 진행해 왔다. 불교계 원로인 원택 스님의 첫 대담에 이어 두 번째로 천주교 원로인 황철수(천주교 부산교구장) 주교의 해법을 듣는 기회를 마련했다. 대담은 지난 20일 부구욱 영산대 총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대립과 갈등 해소를 위한 소통의 문제'가 주제.
남천문화포럼 '황철수 주교와의 대담'
"이념 갈등 풀기, 상대 인정에서 시작"
■양심을 따른다면 모두 진리를 추구하는 것
천주교는 세상에 사랑과 복음을 전했지만 대립과 갈등의 역사도 가졌다. 하지만 천주교는 오늘날 다른 종교와 소통하고 화합하는 길을 걷고 있다.
"최근 수녀님이 절에서 참선하고 스님이 성당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에 국민들이 많이 흐뭇해했습니다. 사상이나 입장 차이에도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 총장이 먼저 조언을 구했다.
황 주교는 천주교가 오랜 분열과 갈등을 겪은 끝에 얻은 분명한 지혜를 제시했다. "양심에 입각해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랜 갈등과 분열은 천주교가 신앙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치유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했고, 결국 다른 입장, 신앙도 존중하고 진리로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설명. 즉, 1960년대 '2차 바티칸공의회'가 도출한 선언의 의미다.
부 총장은 "다양한 입장과 문화를 인정한 '2차 바티칸공의회'는 정신적으로 참으로 중요한 기여를 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천주교와 전통 문화 간 마찰이 많이 없어졌다"고 공감을 표했다. 황 주교는 "전통과 선조를 기억하는 일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서구 문화를 받아들인 사람만이 올바른 천주교 신자라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맞지도 않다.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라고 설명했다.
■갈등 풀려면 상대 인정, 내면 성찰 먼저
본격 대담으로 들어가면서 이념 갈등이 첫 주제로 올랐다.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 '박근혜 의원의 5·16 인식' 등을 놓고 이념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시대적 상황 때문. 부 총장은 "천주교의 마음을 열고 상대를 인정하는 정신에 의할 때 이념 갈등도 풀릴 것 같다"고 운을 뗐다.
황 주교는 "진보, 보수 모두 필요하고 진보든, 보수든 입장이 하나가 돼야 한다. 다만 변화돼야 될 것이 변화하지 않음으로 해서 갈등이 생긴다"고 진단했다. 황 주교는 "한 예로,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돈으로 대한민국의 강을 수리한다면,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소리를 듣고 미래를 결정하자는 게 진보이고, 경제에 도움 되니 무조건 하자는 게 보수적 입장 아니었나. 다양한 입장과 견해를 존중하면서 최상의 길 찾자는 게 우리 사회 소통에서 중요하다. 그 길을 못 찾으면 진보도 진보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계층 갈등도 논의에 올랐다. "계층 갈등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걱정하기도 했다. 천주교가 어떤 지혜를 줄 수 있겠나"는 부 총장의 물음에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황 주교의 답이 돌아왔다.
"우리 민주주의가 형식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기적 다수'를 넘어서야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다"는 생각. 황 주교는 "지역, 집단, 가족 이기주의 같은 것들이 여전히 많다. 같은 지역이라서 나라가 발전 못 해도 다수가 밀어주고, 더 훌륭한 소수가 있는데도 다수가 다른 선택을 한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기적 다수'를 넘어, 남을 생각하고 자기를 희생하는 '선의의 다수'가 되도록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부 총장은 "전통적 의미인 역지사지나 인(仁)과도 닮아 보인다"고 거들었다.
지역갈등으로 넘어가자 황 주교 표정이 심각해졌다. "한 성당 주임신부 시절 겪은 일이에요. 신자 대표를 바꿀 때가 돼 성실하고 인간적으로 문제없고 열심히 봉사하는 분을 추천했더니 신자 상당수가 반대하더군요. 전라도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요. 정말 맹목적이구나. 어디서 시작해야 하나. 참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황 주교는 "'호남 사람끼리 뭉친다'. '호남 사람이 끼면 피해 본다'지만 경상도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늘 호남만 그런다고 생각한다"며 '내면 성찰'을 주문했다.
남북 갈등에 대해서는 작은 발걸음을 이어가 상호 인정의 관계를 회복하는 길이 제시됐다. 부 총장은 "남북 갈등은 여타 갈등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한다면 소통의 장 자체가 무너진다. 서로 상대를 존중해야 소통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황 주교는 "사랑과 덕성을 바탕으로 작은 발걸음을 내딛고, 이념보다는 실제적 도움이나 나눔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황철수 주교와의 대담 원문>
문화공간 '빈빈'과 영산대 동양문화연구원이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풀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종교계 원로와 학자들을 중심으로 남천문화포럼을 결성했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4월부터 종교지도자와의 대담을 진행해 왔다.
불교계 원로인 원택 스님의 첫 대담에 이어 두 번째로 천주교 원로인 황철수 주교(천주교 부산교구장)의 해법을 듣는 기회를 마련했다. 대담은 지난 20일 부구욱 영산대 총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대립과 갈등 해소를 위한 소통의 문제'가 주제.
다음은 대담 전문
■천주교가 갈등과 대립에 던지는 지혜
부 총장='대립과 갈등 해소를 위한 소통의 문제'란 주제로 황 주교님과의 대담을 갖게 된 것 기쁘게 생각한다.
황 주교=무거운 주제 같지만 이런 문제 나누게 돼 영광이다
부 총장=천주교의 역사적 경험과 정신이 시대의 대립 갈등 해소를 위한 소통의 길로 가는데 커다란 지혜 주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우선, 그리스도교는 갈등의 역사를 갖고 있다. 단순히 사상적 대립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잔혹한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우리가 아는 바다. 결국 사랑과 복음의 전파라는 인류 역사상 위대한 공적과 대단히 드라마틱한 갈등도 함께 갖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천주교는 불교나 원불교 등 다른 종교와 정말 소통하고 잘 화합하고 있다. 수녀님들이 절에 가서 참선하고 원불교도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얼마 전 스님들도 명동성당에서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다. 국민들이 흐뭇해했다.
우리 사회에 사상적 입장 차이에도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황 주교=하나의 믿음과 경전 신념을 가진 신앙인들이 또 하나의 새로운 교회로 분열됐다는 점은, 크게 보면 대립과 갈등의 모습이었다. 교회도 세상을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보니 한계성이나 나약성이 있을 수 있는 거다.
하지만 그런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역사를 살아오면서 지상의 교회 공동체도 한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어떻게 치유하고 해결할 것인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 점들이 종교뿐 아니라 사회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치유해 나갈 것인가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도 천주교는 갈등과 분열을 겪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 다른 신앙,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고 치유하는가 절실하게 느꼈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느꼈다. 이를 작게나마 실천하는 모습이 다른 종교와의 소통 협력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가 생각한다.
그 계기가 있다. 천주교는 교리상으로 근본적 입장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생각이나 이념이 옳고 최상의 개념이라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다른 생각이나 믿음을 가진 사람도 우리가 가진 사랑과 진리 같은 요소가 있음을 인정해야 함을 절실히 느낀 것이다.
1960년대 2차 바티칸 공의회가 그것이다. 전 세계 가톨릭의 사제 대표, 주교 대표, 신자 대표, 신자 아닌 비그리스도인 대표, 타 종교 대표 등 전체를 모아 공의회를 열고 모든 문제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정리했다.
기존에는 교회 입장만을 최고라고 여겼다. 하지만 사람은 개인 신념에 따라 믿는다. 그럼, 이 신념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결국 소통을 위해서는 개방하고 마음을 열어야 하고 남의 말을 들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 존중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신앙도 진리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을 하지 않고서는 세상에서 우리가 전혀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2차 바티칸 공의회를 열어 하나의 선언문을 발표한다. 다른 종교에도 진리가 있고 진리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심에 입각해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교회에서는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고 한다. 개신교 입장이 그쪽에 서 있다. 세례받지 않고, 교회 오지 않으면, 그리스도 믿지 않으면, 구원에 들지 못한다는 거다. 이런 관점에서는 아무리 착하고 양심에 따라 살더라도 구원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2차 바티칸 공의회가 획기적인 선언을 한 것이다.
명시적으로 '하느님' 이렇게 부르지 않더라도 적어도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세상에 있는 한 존재자로서 양심에 입각해서 사랑을 추구하고 진리를 추구하고 사는 사람은 구원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가톨릭의 절대적 입장을 완전히 다 없앤 것이다. 우리쪽 표현으론 '익명의 그리스도인'라고 한다.
바로 대립과 갈등에서 소통의 기회를 찾았다. '개방'이고, 신학적 의미에선 의식의 개혁이다. 비로소 다른 종교인과 나와 신념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계기가 열렸다.
부 총장=공의회 선언은 한마디로 혁명이었던 것 같다. 그리스도교는 복음으로 인류에 정신적 메시지를 전했고, 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다양한 입장과 문화를 전제로 하는, 대단히 중요한 정신적 기여를 또다시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정신은 오늘날 대립과 갈등 해소에 정말 깊이 참고될 것 같다. 우리 사회도 그 이후에 전통문화와 천주교 갈등이 상당히 해소됐다. 유교적 관례를 존중함으로써 마찰이 없어졌다. 많은 집안에서 상당히 불편해했는데 편하게 된 것 같다.
황 주교=천주교 신자가 되는 것이 우리의 좋은 문화와 관습, 전통을 버려야 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된 경우 없지 않다. 그런데 좋은 전통과 선조를 기억하고 효 정신을 발휘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없앨 일 아니다. 천주교 신자도 이를 이미 잘 알고 유교적 제사도 수용하고 있다.
부 총장=천주교가 신자들에게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더욱 신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미 부여한 것은 우리 문화적 정체성에 따른 잠재력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황 주교='열심인 천주교 신자일수록 서구 문화를 가진 사람이다'라는 말은 바람직하지도, 맞지도 않다. 천주교 신앙인은 우수한 한국 문화와 전통을 존중할 줄 알고, 잘 살려나가야 한다. 신앙이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성숙하고 완전하게 해야 올바른 신앙이 아닌가 생각한다.
■ 이념 갈등
부 총장=훌륭한 신앙인의 전범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는 천주교의 이런 역사적 경험과 정신 지혜를 사회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는 대립과 갈등에 적용해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이념, 계층, 지역, 남북 간 갈등으로 나눠 얘기해 보겠다.
보수와 진보로 나뉜 이념 갈등 역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방하고 마음을 열고 상대 입장을 존중하는 정신에 의할 때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황 주교=우리 사회에 최근 자주 등장하는 말이 보수와 진보다. 보수는 자체가 나쁘다는 뜻 아니다. 사회를 모험 없이 안정적으로 지켜나가자는 의미다. 반면, 변화돼야 할 부분을 짚어내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진보적 입장이다.
변화하려면 기존 문제점을 인식하고 기존의 것을 바꿔야 하니 그 때문에 갈등이 빚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회는) 보수적 입장이든, 진보적 입장이든 입장이 하나가 돼야 한다. 무조건 내 입장이 돼야 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지, 변화돼야 할 것이 변화되지 않는 것이 갈등의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자해 대한민국 강을 수리하는 일을 놓고 이념 갈등이 치열하다. 그러면 과연 국가적 중요도에서 최상의 것이냐 하는데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진보적, 보수적 입장이 다 있을 수 있다. 하나의 입장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발전전 입장으로 정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다양한 국민의 소리, 입장을 듣고 가장 미래적 입장으로 정리하자는 것이 진보적 입장이다.
하지만, 다양한 입장과 견해를 존중하면서 최상의 길을 찾는 것이 우리 사회 소통에서 정말 중요한 것 아니겠나 싶다. 그걸 잘 하는 사람이 진보적 입장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최상의 길을 찾지 못한다면 아무리 진보적 구호를 외쳐도 진보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 총장=보편적으로 얘기하면 보수는 기존의 가치를 존중하는 입장이고 진보는 변화를 시도하는 입장이다. 어떤 사안에 있어 변화해야 할 사안이 있고 기존 가치를 보존해야 할 것도 있다. 보수와 진보는 국가 전체에 가장 바람직한 발전을 지향해서 서로 존중 교류하면서 국가 정책을 형성해 가는 관계에 있다. 여기에도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상대 입장을 존중하고 마음 여는 정신으로 소통하면 화합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층 갈등
부 총장=사용자와 근로자는 뿌리 깊은 갈등구조에 있다. 우리 사회에는 일부 강성 노조가 대립을 극대화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상당한 위기를 조장하고 국민 전체를 걱정스럽게 한 경우도 있는가 하면 노사 갈등 해소로 바람직한 노사문화를 형성한 경우도 본다.
여기서도 노사가 서로 입장을 존중하고 마음을 연다면 화합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황 주교=민주주의는 상당히 진척되고 확대됐다. 형식적 민주주의는 유럽 수준에 못지않다. 하지만 내용을 어떻게 채우느냐는 대단히 복잡하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표만 더 얻으면 된다. 하지만 다수가 이기적이면 문제는 치유되지 않고 민주주의는 한 걸음 더 나갈 수 없다. '이기적 다수'라고 했다. 더 훌륭하고 발전적인 소수가 있더라도 다수가 선택하지 않으면 무시된다. 그러면 민주주의는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우리 사회에는 이기주의가 상당히 만연돼 있다. 지역 이기주의, 집단 이기주의, 좁게는 가족 이기주의까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소통하고 내용을 채우느냐에 따라 한국 미래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본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진짜 의미의 민주주의를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이기적 다수'를 오히려 더 남을 생각하고 자기를 희생하는 '선의의 다수'가 되도록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나라를 더 멀리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생각을 가진 다수가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국민들이 이 점을 생각하고 대선에 임해야 나라 미래가 밝아진다.
부 총장=자기에 빠지지 않고 상대 입장을 존중하는 전통적 용어인 '역지사지'와 비슷해 보인다. 또 '인(仁)'의 입장이기도 하다.
황 주교=맞다. 역지사지의 입장이 우리 사회 소통에 기본 화두가 될 것 같다. 예수도 똑같이 표현했다. "내가 남에게 바라는 대로 그것을 남에게 행하라, 그러면 모든 것이 사랑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이다.
■지역 갈등
부 총장=전통적으로 영호남 갈등 있었다. 사실 잘못된 호남 차별은 뿌리 깊다. 일부 호남인 중 공감 받기 어려운 처신을 한 것을 갖고 호남 전체를 매도한 것이 있었고, 영남 정권 오래 유지되면서 지역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상당히 해소된 것 같기도 하다. 지역 갈등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황 주교=제 경험을 얘기할까 한다. 1990년대 말 한 성당 주임신부로 지낼 때 였다. 부산 중산층 지역이었다. 1년쯤 돼 신자 대표를 바꿀 때가 됐다. 저는 당시 부회장을 추천했다. 성실하고 인간적으로 문제 없고 공동체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분이었다.
그런데 영향력 있는 신자들 모두가 반대하더라. 전라도이기 때문에 시켜놓으면 본당이 큰일 난다는 거다. 저는 전라도가 도둑질을 하나, 사적인 일을 했느냐고 강변했지만 신자 대표들 모두 사표 낸다고 하더라. 결국 대표 못됐다. 당사자도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 그때 경상도도 참 맹목적이구나 많이 생각했다. 어디서 소통하고 어떻게 치유할까 모르겠더라.
첨예한 이해관계로 둘러싸인 정치적 선택은 더 어렵지 않겠나 싶다.
기본적으로 영호남이 교류하고 나눔으로써 없애야 한다. 상당한 기간 필요하다. 하지만 영남인도 문제가 내 안에도 내재하고 있음을 각성해야 한다. 호남 사람들 자기들끼리 뭉친다는데 영남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깨닫고 각성해야 한다. 내면의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된다.
부 총장=존경하는 분 중에 호남분들이 많다. 그래서 지금 사회에 지역 갈등이 상당히 해소됐다고 여겼다. 하지만 주교님 말씀에 우리 스스로 자각하고 부끄럽게 여기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남북 갈등
부 총장=남북 갈등은 다른 문제와 차원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 다른 갈등은 갈등 당사자들이 공감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념 갈등은 국가에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가, 국민이 어느 것이 더 행복한가 하는 것이 공통분모다. 노사 갈등이나 지역 갈등도 공동 가치가 있다. 하지만 남북 갈등은 좀 다르다.
북한이 남한을 전복하고 적화통일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상대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소통의 장 자체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 서로 변해야 소통이 가능하다.
황 주교=남북 갈등이 해소돼야 한다고 절실히 느낀다. 민주주의에 장애가 되고 안보를 구실로 민주주의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도 문제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군사력으로는 화해나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사랑과 덕성을 바탕으로 화해를 추구해야 한다.
작은 발걸음이 중요하다. 이념보다는 실제적 도움, 협력, 나눔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에게 다 버리고 하나 되자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에게 바라는 대로 나도 주라는 그리스도적 입장이 필요하다.
천주교에서도 많이 노력한다. 북한에 병원을 개설하고 북한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모금도 한다. 이는 교세 확장 위한 것은 아니다. 천주교가 (남북 간)대립 갈등을 해소하는데 일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모든) 대립 갈등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겠느냐하는 입장이다.
부 총장=몇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양측이 무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개혁 개방도 필요하다. 주민 삶도 못 꾸리는 것은 곤란하다.
황 주교=북한이 급격히 변화하는 지금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도 변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깊은 트라우마가 있다. 남한이 북한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공산주의, 빨갱이를 존중해야 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여전히 두려움이 있다. 이런 트라우마 때문에 우리 사회가 마음 열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부 총장=남북 갈등에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있는데. 소통을 강요하고 소통 안 한다고 질책하는 것은 부당하다. 트라우마 경계해야 하지만 그중에도 이유 있는 우려나 비판은 이해해야 한다. 정리=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부산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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