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무시해도 최대 벌금 5천만 원 "그까이꺼"
유통시장 상생협력 발목 잡는 허술한 법망
지난 2011년 8월 29일 중소상인들이 부산 부산진구청 앞에 있는 이마트의 창고형 대형마트 트레이더스 주변에서 차량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지역 유통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사업조정 제도를 무시하거나 법망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하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업조정 제도를 보완하고 강화해 실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대기업이 중기업종 침범" 조정 신청 증가 추세
감독청 권고 무시·우회 진출 꼼수에 '속수무책'
불이행 시 강력한 과징금 부과 등 법개정 추진
"근본 해결 위해 특별법 도입해야" 주장 힘 실려
■ 늘어나는 사업조정 신청
사업조정 제도란 대기업 진출로 중소기업이나 상인들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될 때 일정기간 대기업의 사업개시와 확장 등을 조정하도록 정부가 중재하는 제도이다. 사업조정 절차는 조정 신청(관련 협동조합 등)→중소기업청 이첩→당사자 간 자율조정→사업조정심의회→이행권고→공표(이행권고 불이행시)→이행 명령(공표 후 권고사항 불이행시) 순으로 진행된다.
최근 몇 년사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진출이 활발해 짐에따라 사업조정 신청건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2년 1년간 접수된 사업조정 건수는 총 134건으로 2011년 120건에 비해 14건 늘어났다. 부문별로는 SSM(기업형 슈퍼마켓) 82건, 대형마트 18건, 식자재 등 기타업종이 34건이다. 부산의 경우 2011년 1건도 없던 SSM 관련 사업조정 신청이 4건이나 됐고 식자재와 인터넷 도매몰 관련 조정도 각각 1건 접수됐다.
사업조정 건수가 늘어난 것은 SSM, 대형마트 외에 식자재, 레미콘 등 기타업종에 대한 신청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식자재와 인터넷 도매몰 등은 대·중소기업 간 팽팽한 의견차로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해를 넘겼다.
■ 법적 구속력 적은 솜방망이 제재
사업조정 신청은 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상인들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업조정을 신청해 자율조정을 거쳐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거나, 정부나 지자체가 최종 이행 권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강제성과 법적 구속력이 떨어져서다.
실제 부산에서는 CJ프레시웨이와 손잡고 만든 식자재 유통업체 프레시원이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중지' 권고를 무시하고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프레시원은 지난해 11월 사업조정을 신청한 부산도소매협동조합과 자율조정이 결렬된 후 올해 초 2차 자율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대상베스트코는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우회 출점을 통해 부산과 울산에 5개 지점을 개설했다. 부산의 한 중소 식자재업체 대표는 "베스트코가 대대적으로 저가 판매공세를 벌이기 전까지는 출점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면서 "사업조정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이미 신청기간이 지난 상태여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사업조정 제도를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마트의 SSM 자회사 에브리데이리테일은 지난해 10월 골목슈퍼 대상 온라인 도매몰 이클럽에 대한 자율조정 회의에 불참한데 이어 중기청장을 상대로 사업조정 개시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대기업들이 사업조정 절차를 무시하는 이유는 최악의 경우에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만 감당하면 되기 때문이다. 부산도소매협동조합 이정식 조합장은 "하루 영업이익에도 못 미치는 5천만 원의 벌금으로는 대기업에 강제력을 가질 수 없다"면서 "사업조정을 권고해도 벌금만 일부 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대기업들이 미동도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