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두 번 울리는 대학들

대학생 박재용(25) 씨는 최근 졸업유예를 신청했다. 재학생 신분이라면 취직이 잘 될까 싶어 등록금 60여만 원을 내고 졸업유예를 택했던 박 씨는 최근 지인과 얘기를 나누면서 깜짝 놀랐다. 친구는 학점 신청이나 별도의 등록금 납부 없이도 졸업 유예를 신청했던 것이다. 박 씨는 "취업 지원이 없이 등록금을 받아 챙기는 것은 지나친 장삿속이다"며 불쾌해 했다.
대학가에서 수년째 운영 중인 '졸업유예'가 학점을 신청하지 않아도 기성회비를 내야 하거나 무조건 학점을 신청해 등록금 일부를 납부하도록 하면서 대학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졸업을 미루는 이른바 '대학 5학년'들은 취업에 울고, 등록금에 또 한 번 우는 셈이다.
졸업유예제 지나친 장삿속
수업 안 들어도 기성회비
무조건 학점 신청 요구도
취업 못해 학사모 미룬 청춘
경제적 어려움에 또 좌절
19일 부산·경남지역 4년제 대학에 따르면 졸업유예는 졸업학점을 다 이수하는 등 졸업 요건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6개월 또는 1년 정도 졸업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제도다. 최근 들어 많게는 전체 졸업생의 20%를 차지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부산·경남 지역 대학을 살펴본 결과, 상당수 대학이 졸업유예 신청 시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납부케 하는 방식을 택했다. 1~3학점 등록 시 등록금의 6분의 1, 4~6학점은 3분의 1, 7~9학점은 절반을 내는 식이다. 10학점 이상 들을 경우에는 등록금 전액을 다 내야 한다.
별도의 학점을 이수하지 않고 재학생 신분만 유지하는 데도 일정 비용을 내도록 하는 학교도 제법 있었다. 부산대와 한국해양대는 기성회비의 20%, 부경대는 기성회비 6분의 1을 납부해야 졸업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일부 대학은 최소한의 학점을 무조건 신청한 뒤 등록금을 차등 납부하도록 했다.
이렇다 보니 취업 재수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상당하다. 이에 대해, 해당 대학 관계자들은 "졸업유예의 악용사례를 막기 위해 등록금을 부과한다"며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데다가 학교 시설을 사용할 수 있어 비용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아예 등록금을 받지 않거나 정액제로 전환해 학생의 부담을 줄인 대학이 있는 만큼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동의대와 부산외대, 고신대는 학점 신청이 없으면 등록금을 별도로 부과하지 않는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관계자는 "기성회비 반환 소송이 잇따르고 폐지 주장이 거센 지금 아직도 기성회비를 내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는 결국 학교시설 이용 책임까지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처사"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달식·윤여진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