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신자도 쇠제비갈매기

아미산전망대에서 보는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은 아득한 시다. 강이 빚은 모래톱의 부드러운 곡선은 만지고 싶을 정도로 멀리서 아련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지만 저 모래톱을 디디면 섬을 건너 '거기'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크기가 듬직해서 장자도, 큰 말 같아서 대마등, 맹금이 살아서 맹금머리등, 백합조개가 나서 백합등, 도요새가 살아서 도요등, 새로 생겨서 신자도. 참 재미난 이름들이다. 이름을 붙이니 잊혀지지 않는 꽃이 됐다는 시 그대로이다.
모래톱 중 가장 남단에 있는 것이 도요등이고 그 옆이 신자도이다. 가장 남단이라는 것은 가장 깨끗하다는 말이다. 흰 파도가 흰 모래사장에 희게 부서진다. 이곳에서 여름을 나는 여름 철새도 희다. '작다'는 뜻의 '쇠'가 붙은 쇠제비갈매기. 이 새의 한국 최대 도래지가 바로 도요등과 신자도이다. 날렵한 몸매에 검은 머리, 노란 부리를 한 이 '작은 자연'이 두 모래톱을 택한 이유가 있다. 끊임없이 형성되고 있는 흰 모래사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구의 물속에는 '속등'이라고 잠겨 있는 모래톱들이 있는데 요컨대 낙동강 하구는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신자도는 1970년대에, 도요등은 80년대 중반에 지금 모습처럼 형성됐다. 쇠제비갈매기 분포의 대세는 신자도에서 더 나중에 생긴 도요등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두 곳의 분포는 상대적이다. 도요등에 포식자가 설치면 신자도의 분포가 늘어나는 식이다. 쇠제비갈매기의 대표적 포식자는 족제비, 매, 그리고 홍수 때 떠내려 온 집쥐이다. 집쥐도 알과 새끼를 먹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본에는 쇠제비갈매기의 연구와 번식지 보호를 위한 모임이 있다.
얼마 전 절대보전무인도서인 신자도에 큰불이 났다. 불탄 자리에서 술병과 불판, 부탄가스 통이 뒹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인간은 보호자와 포식자 사이를 오간다. 포식자가 돼도 자연이 남아 있으면 다행인데 안타깝게도 자연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최학림 논설위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