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풀풀~ 부산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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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의 '안창17'(80×240㎝).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지금, 부산 고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사진 전문 미술관 두 곳에 가면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여운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다.

하나는 부산을 기록할 요량으로 향후 10년을 진행할 고은사진미술관의 연례 기획 '부산 참견錄(록)'이고, 다른 하나는 40대 작가를 지원하는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의 '중간보고서'인데, 모두 첫 전시다.


■강홍구의 '진짜 산복도로 풍경'

자 이제, 중견 사진가 강홍구(57)를 만나러 첫 전시장 고은사진미술관에 들어선다. 전시장에 가득한 오래된 산복도로 주택가의 풍경과 골목, 계단….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싶은데, 곧 심상찮은 뭔가를 감지한다. 이것이 사진인지, 극사실주의 회화인지 모를 자연스러운 색감이 놀랍고, '카메라 렌즈로 이게 가능한가?' 싶은 시원함이 다가온다. 자세히 보니 사진 여러 장을 붙여 놓은 것인데, 구태여 숨기기 싫다는 듯 조각이 어긋난 티가 많이 난다.

고은사진미술관, 산복도로 주택가 등
여러 사진 잘라 붙여 공간·색감 표현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회고전
40대 사진 작가 '방랑기' 여정 담아


그가 붙인 전시 제목은 '사람의 집-프로세믹스(Proxemics) 부산'. '프로세믹스'가 대체 뭘까. 사전을 찾아보니,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만들어 낸 말로, 인간공간학 내지 근접공간학이라 돼 있다. 강홍구는 '공간 사용법' 정도라 설명한다. 부산의 집이 가진 지역성, 역사성에 인문학적 의미까지 더한 사진을 보여 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고은사진미술관 이상일 관장의 설명이다. "사진가 강홍구는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뒤늦게 홍익대를 졸업한 화가이기도 합니다. 그가 2년 만에 내놓은 사진은 충격이었어요. 공간을 보는 예술가적 태도도 그랬지만, 사람의 시야와 가장 가까운 장면으로 장소성과 구조,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결과물로 재현해 놓은 겁니다. 렌즈의 한계를 벗어나 원근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해외에서 학문적으로 시도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선 처음일 겁니다."

강홍구는 "2011년 6월부터 작업한 부산에 대해 뭘 안다고 말할 처지는 못 되지만, 산동네 집들은 생존의 건축이 무언지 보여 줬고, 자의식이 강한 그럴듯한 건축물에 비해 두드러진 솔직함, 절실함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박진영의 '사진 방랑기'

박진영의 '방랑기-자전거'.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제공
해운대구청 옆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방황하기 쉬운 40대 사진가를 위한 중간 회고전으로, 박진영(41)은 모든 전시를 직접 꾸몄다. 한쪽에는 얼마 전 작고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담기도 했다.

전시는 '방랑기'라 했다. 찬찬히 둘러보면, '사진'을 찾아 헤맨 그의 기록이 절절하다. 1990년대 시위 현장을 담은 흑백사진부터 재개발로 멍든 도시 등 사회적 메시지가 짙은 장면들. 자기 색깔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대안으로 옮겨 가는 시대별 고뇌를 확인한다.

고향 부산을 떠나 일본에서 활동하던 그는 동일본 대지진 때 현장에 곧장 달려갔다고 한다. 대지진과 원전 사고 이전에 아이들이 즐겁게 타고 놀았을 '자전거'나 '목마'는 혹독한 시련을 견디어 내고는 황량한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다. 존재와 기억을 은유한 그의 시선 '방랑기' 연작을 바라보는 건 조금 고통스럽기도 하다. ▶5월 9일까지 강홍구 전 '사람의 집-프로세믹스 부산'(고은사진미술관, 051-746-0055)/ 박진영 전 '방랑기'(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051-744-3924).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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