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정치권·市·시민단체, '제각각 해법' 대신 공동전선 구축해야
선박금융공사 무산 위기
선박금융공사(해운보증기금) 무산위기를 맞아 부산 정치권과 부산시, 시민단체 등이 입장을 조율해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잇다. 사진은 지난 12일 국회 본청 의원식당에서 새누리당 부산 국회의원들과 해양수산부, 부산시 관계자들이 해운보증기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박희만 기자 phman@박근혜 대통령은 선박금융공사 부산 설립을 공약했지만 금융위원회는 설립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해운보증기금을 만들어 선박금융공사로 확대하겠다던 해양수산부는 최근 입을 다물었다. 정부 내에서도 시기에 따라, 부처 입장에 따라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응한 부산 정치권과 부산시, 부산 시민단체도 입장 정리가 안되고 있다. 정치인 마다, 기관 마다 각각의 목소리만 낼 뿐 뚜렷한 대응책과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선 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 분쟁·리스크 관리·형평성 우려"
금융위, 선박금융공사 설립 반대 속
해수부는 반박 못 한 채 침묵 일관
지역 정치권도 협력보다 '제 팔 흔들기'
비판 직면 새누리 부산시당은 '뒷북'
市 "朴 대통령 공약 지켜야" 총력 대응
시민단체, 항의 방문·불복종 운동 예고
■대선 공약 뭉개는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의 입장은 한마디로 '선박금융공사(해운보증기금) 설립은 안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선박금융공사에 대해 해운과 조선, 해양플란트, 항만을 아우르기 때문에 정책금융을 드러내 놓고 하는 것이 대내외 여건상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조선업은 제조업이어서 다른 제조업과 형평성 문제가 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운보증기금에 대해선 해운업이 서비스업이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시비를 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도 국내에 들어와 있는 유럽상공회의소 등이 해운업체 지원에 대해 간접적으로 부정적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박금융공사(해운보증기금) 설립에 대한 금융위의 결론은 우선 통상분쟁이 극대화될 수 있고, 두번째 선박과 해운 등 특정산업 여신에 대한 리스크 관리 문제, 세번째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 3가지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운·조선·해양플란트산업이 기간산업이라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선박금융공사처럼 드러내놓고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했다.
■제 역할 포기한 해양수산부
금융위의 주장에 허점이 많지만 해양수산부는 이에 대해 한마디의 반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해수부 대신 업계에서 금융위의 설명에 대해 "해주지 않으려고 꼬투리를 잡는 것"이라고 치받는 양상이다. 특히 해운업이 서비스산업이어서 WTO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은 부산발전연구원(BDI)이나 해운학계의 설명과 정반대되는 것인데도 해수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해수부가 침묵하면서 금융위도 WTO 위반여부 논란에 대해 깔아뭉개고 가자는 기류다.
업계에선 해수부에 강한 불신을 보내고 있다.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향한 대오가 흐트러지게 만든 것이 해수부인데, 책임 마저 지지 않으려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보증기금이 선박금융공사보다 해운업계에는 나은 것은 사실이나 설립 성사를 위해서는 선박공사로 가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며 "해수부가 섣부르게 해운기금 카드를 꺼내 혼선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에는 선박공사로 할 경우 금융위 산하가 되나, 해운기금으로 할 경우 해수부 산하기관이 된다는 '밥그릇 싸움'에 대한 질책이 담겨 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생색'만 내려는 해수부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지난 4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조 원대 규모의 해운보증기금 설립으로 국적선사를 살리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보고한 해수부는 어디로 갔느냐"며 "해운기금 불발시 윤진숙 장관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중구난방에 '면피'만 하는 부산 정치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될 상황에 처했지만 부산 지역 정치권도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의원들마다 해법이 다른데다 정부의 의지 부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 최근 지역 의원들이 잇따라 만남을 가졌지만 각자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 머물렀다.
선박금융공사 설립과 관련해서는 김정훈(부산 남구갑) 의원이 해양금융공사법을, 이진복(부산 동래구) 의원이 선박금융공사법을 각각 발의하면서 '협력'보다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상태다. 두 법안은 지원 범위와 공사의 성격에서 큰 차이가 있다.
게다가 장윤석(경북 영주) 의원이 해운보증기금 설립 법안까지 내면서 선박금융공사 관련 법안만 3개가 경쟁하고 있지만 정작 설립의 당위성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선박금융공사를 만들 경우 기존 정책금융기관과 업무가 중복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핵심 쟁점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약 파기'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뒤늦게 대응에 나섰지만 '전략 부재'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최근 간담회에서 의원 가운데 일부는 해양금융공사나 선박금융공사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반면 일부는 해운보증기금이 더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일부 의원에서는 기존 기관의 일부 업무만 부산에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해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극렬저항 나선 부산시·시민단체
부산시와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정부의 선박금융공사 공약포기 움직임에 강력히 저항한다는 방침이다.
선박금융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인 부산시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대통령 공약인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최근의 무산위기에 총력 대응에 나섰다. 특히 부산발전연구원을 통해 'WTO 제소 우려'라는 금융위의 주장을 반박하는 검토보고서를 발빠르게 작성한데 이어 지난 주 금융위와 기재부에 공사 설치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부산시는 조만간 청와대 경제수석실을 상대로 금융위 방침의 부당성을 알리고 공약 실천을 호소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선박금융 관련 부서의 부산 이전은 각 은행장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안으로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와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이번주 중 금융위를 항의 방문키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는 공사 설립을 무산시킬 경우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한다는 입장을 이미 천명해 놓은 상태다. 시민단체는 선박금융공사가 반드시 부산에 설립돼야 한다는 입장 아래 우선적으로 해운보증기금 본사를 부산에 설립한 후 선박(해양)금융공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수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입장통일 후 공동대응 시급하다
부산 정치권과 부산시, 시민단체가 입장을 통일 한 후 금융위에 대항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처럼 각각의 입장이 다르고 대응방법도 달라서는 공약 이행을 관철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선박금융공사 대응을 위한 3자 협의체를 시급히 구성해 '단일대오'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박인호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대표는 "이번주 중 부산 정치권, 부산시 등과 입장정리를 위한 협의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이주환·손영신·김종우 기자 ze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