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옥의 시네마 패션 스토리] ⑦ 안나 카레니나
러시아 귀족사회의 물질적 풍요와 치명적 관능미 표출
엉덩이를 개미처럼 볼록하게 부풀리기 위해 허리받이인 '버슬'을 착용한 안나 카레니나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지난 3월 국내 개봉된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 '안나 카레니나'는 코스튬 드라마의 최고봉이었다. 영화는 지난해 미국에서 먼저 개봉된 뒤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 최고의 영화'로도 뽑혔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빛의 제국'으로 불린 1870년대 러시아였다. 물질적으로 그만큼 화려한 시대였던 것이다. 이 시대의 러시아 상류사회 의상을 현대적 감각에 맞춰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의상감독 재클린 듀런은 2013년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레미제라블'과 같은 대형 경쟁작품을 모두 제치고 결국 의상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출연진의 섬세한 감정선과 19세기 러시아의 화려한 시각적 풍요를 열성적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당시 여성의 엉덩이 부분을 개미처럼 볼록하게 부풀리기 위해 허리받이인 '버슬'을 착용하는 버슬 스타일이 크게 유행했는데, 이를 현대적 이브닝드레스와 잘 접목시켜 카레니나의 팜파탈 이미지를 극명하게 잘 표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영화는 1870년대 러시아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카레니나의 모든 의상에 대해서는 오히려 당대의 실루엣만 유지한 채 1950년대 풍을 따라 더 주목 받았다. 듀런은 이에 대해 "극 중 카레니나의 이미지가 매우 고급스럽고, 프랑스 옷을 즐겨 입은 러시아 귀족으로 설정됐기 때문에 프랑스 패션의 대가인 발렌시아가와 디올의 작품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티룸에서의 크림색 드레스, 클라이맥스 부분의 붉은 드레스, 경마장에서의 푸른 드레스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콘셉트 의상은 흑옥색의 태피터 드레스가 아닌가 싶다. 비대칭 여밈과 태피터 목 장식의 1950년대 상의에, 스커트를 아래로 길게 늘어뜨려 우아함을 돋보이게 한 1870년대 하의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러시아 귀족사회의 화려한 영상은 그냥 표출된 것이 아니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샤넬, 디올, 톰포드 등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를 총동원했다. 특히 샤넬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무도회 장면에서 200만 달러 상당의 스파클링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협찬해 카레니나의 치명적인 관능을 드러내는 데 크게 도움을 주었다.
톨스토이의 3대 명작 소설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는 지금까지 10차례 이상 영화나 TV 드라마로 제작됐고, 그때마다 큰 화제를 낳았다. 특히 카레니나 역을 두고 늘 세간의 관심이 쏠렸는데, 이번에는 영국 배우인 키이라 나이틀리가 종전의 카레니나(그레타 가르보, 비비안 리, 소피 마르소 분)와 완전히 다른, 도발적이며 관능적인 매력을 선사해 개봉 전부터 크게 주목 받았다.
나이틀리는 억압의 시대를 살아간 19세기 비운의 여성이 아니라 자아를 찾아 당당히 앞으로 나아간 현대 여성성을 그려냈다. 그것이 더 많은 공감을 끌어낸 것 같다.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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