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 박사 부부
"한국 여성지도자 탄생 시의적절… 아직은 섬과 같은 위치 머물러"
세계적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존 나이스빗, 도리스 나이스빗 부부가 본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부부는 매일 영감을 나누고 저술활동을 함께하며 서로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존 나이스빗 박사의 표정이 84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기찼다. 강원태 기자 wkang@앨빈 토플러와 함께 세계적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존 나이스빗(84) 박사가 지난 11일 부산을 찾았다. 나이스빗 박사는 이미 30년 전인 1982년 저서 '메가트렌드'를 통해 정보사회로의 변화, 아시아의 부상, 상호 관계 맺기, 글로벌화 등 오늘날의 주요 트렌드를 정확하게 예측해내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메가트렌드는 전 세계에서 1천4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12일 ㈔한국해양산업협회(대표이사장 이명관 부산일보 사장)가 주최하는 세계해양포럼의 기조연설자로 참석하기 위해 부인 도리스 나이스빗(62) 나이스빗차이나연구소 소장과 함께 한국에 온 나이스빗 박사는 11일 부경대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나이스빗 부부는 지난 2010년 '메가트렌드 차이나'를 공동저술했다. 본보는 11일 오후 이들 부부와 만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12일 세계해양포럼서 기조연설
저서 '메가트렌드' 1천400만 부 판매
정보사회 변화, 아시아 부상 등 예측
글로벌 경제서 GDP 구별 무의미 주장
"G20, 이슈 해결보다 돈만 낭비" 비판
둘 다 '중국통'…100번 이상 방문
"글로벌화 현상은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어요. 이제는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가 될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한국, 중국, 미국의 GDP(국내총생산)를 구별하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해질 거라는 얘기예요. 지금 세계적으로 물건이 생산되는 구조를 살펴보면 많게는 10~15개 국가들이 해당 다국적 회사의 생산 공정에 개입해요. 중국은 여기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나라죠. 이런 식으로 너무나도 많은 나라가 하나의 경제 활동에 개입되기 때문에 세계는 하나의 경제가 될 거라는 거예요. 나라별로 쪼개어 계산하는 건 불가능해지는 거죠. 이는 마치 판매할 준비가 다 돼 있는 완제품으로부터 예전 상태의 부품을 따로 구분해 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죠."
인터뷰에서 글로벌화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나이스빗 박사는 작심한 듯 그간 다져 놓은 생각을 풀어냈다. 부인 나이스빗 소장도 부연설명을 보탰다. "그렇다면 경제를 재는 방법에도 새로운 단위가 필요해지는 거죠. 우리는 GDP라는 경제단위를 77년간이나 사용해 왔어요. 하지만 GDP는 이제 신뢰도가 현격히 떨어지는 지표예요."
"GDP가 얼마나 틀릴 수 있는지 예를 들어 볼게요. 인도는 GDP가 급격히 성장한 케이스예요. 하지만 이를 가지고 인도가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고 믿는다면 정말 웃기는 일이죠. 인도는 자국 경제에서 오로지 하나의 영역, 바로 IT 분야만의 발전을 이뤘을 뿐이에요. IT 분야 덕에 GDP가 10% 이상 증가하는 결과를 낳은 거죠. 인도는 GDP로 인해 과대평가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예요. 인도는 인프라가 아직 후진적이고 산업 간 불균형이 심한데 GDP 단위로는 이러한 상황을 담아 내지 못하고 있어요." 주거니 받거니, 이번엔 나이스빗 박사가 다시 부연설명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부부가 내년 출간을 목표로 저술 중인 책 'Global Reformation(세계적 혁신)'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세계적 미래학자는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은 어쩌면 나이스빗 박사가 메가트렌드에서 제시한 '정보사회로의 변화' '아시아의 부상' '여성 지도자의 탄생'이라는 예측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케이스일지도 모른다.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에 있어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조금 더 빨랐다고 생각해요. 또한 여성지도자의 탄생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봐요." 나이스빗 박사의 분석에 나이스빗 소장은 좀 더 날카로운 지적을 보탰다.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여성이 이처럼 최고의 위치에 오르더라도 큰 그림에서 보면 섬과 같은 위치에 머물고 있다는 거예요." 나이스빗 소장은 또 한국 사회가 가진 문제점으로 권위주의와 위계질서를 꼽기도 했다.
이들은 앞서 부경대 강연에서는 'G20 정상회의'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 내기도 했다. 나이스빗 박사는 "최근 G20 정상회의 활동을 보면 국제 이슈 해결보다는 돈만 낭비하는 기구로 전락해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G20에 소요된 경비만 6천만 달러에 이른다. 서구의 주도에 의해 회의가 이뤄지지만 G20은 커다란 영향력은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나이스빗 소장도 "지도자들이 국내 선거 등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만을 생각하며 참여하기 때문에 G20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두 사람은 또 '중국통'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제가 처음 중국에 간 게 1967년이었어요. 그때 중국은 매우 가난하고 미개척된 곳이었어요. 그런 중국이 깨어나기 시작했는데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궁금해졌어요. 그 뒤로 중국을 여러 번 찾게 됐고 이후 100번도 넘게 중국을 찾았죠." 나이스빗 박사는 시장경제를 중국이라는 공산국가에 도입해 새롭게 변화를 일으킨 덩샤오핑의 개혁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상당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는 두 사람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했다. 나이스빗 소장은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 서로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읽었거나 혹은 연구하다가 뭔가가 떠오르면 곧장 서로에게 말한다. 관심와 흥미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서로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며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나이스빗 박사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여행지들이 우리에게 큰 자극을 준다. 우리는 항상 많은 것들을 궁금해하고 알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부부는 창밖에 보이는 장면들을 보고 연신 "저건 뭐하는 거예요?"라고 물으며 아이 같은 호기심을 감추지 않았다.
'미래학자'라는 호칭은 어떨까. "미래학자라는 명칭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이미 이러한 명칭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불리면 조금 당황스러워요." 나이스빗 박사의 말에 나이스빗 소장도 동의했다. "스스로 미래학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오늘날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기에 바빠요. 하지만 저희는 소비자 트렌드 분석가가 아니에요. 저희는 사회, 정치, 지역정치에 관한 트렌드를 분석할 뿐이에요. 그냥 책 쓰는 작가 정도면 충분해요."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