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생 참사 무시된 '기본' 무너진 '안전'
성수대교 붕괴·화성 씨랜드 화재·부산외대생 참사…얼마나 더 눈물 흘려야 하나
18일 오후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직원이 붕괴 사고가 난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체육관 한 벽면에 부산외대 아랍어과 학생들이 작성한 '14학번 안전조심 하고 가실게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안전불감' '무원칙' '관리감독 소홀' '책임 떠넘기기' '무사안일'….
1994년 서울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경기도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등 대형 참극이 일어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나오던 '한국병'이 기어이 재발했다.
지난 17일 오후 사망자 10명, 부상자 105명이 발생한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실내체육관 붕괴 사고는 '한국병의 종합선물세트'였다. 한국 사회는 어이없는 참변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구호처럼 외쳤지만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대형 참사와 마찬가지로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도 일정 부분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형 참극 발생할 때마다
책임자 처벌·재발방지 요란
행정기관 정기 점검 말뿐
이젠 '반칙' 근절해야
18일부터 리조트 잠정 폐쇄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한 부산외국어대는 '총학생회 단독 행사'라고 팔짱만 꼈고 총학은 폭설 등 기상 악화에도 행사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행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면서 신입생 등에 대한 안전교육은 사실상 없었다.
학교와 총학이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바람에 갓 대학에 들어온 꽃다운 신입생들과 재학생, 이벤트 회사 직원 등 10명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리조트 측도 1주일째 이어진 폭설에도 정상적인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다. 행정기관은 리조트 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데 소홀했다.
경찰 수사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는 밝혀지겠지만 희생자의 무고한 죽음은 새삼 안타깝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전형적인 한국형 사고에 대해 이번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산지부는 "대학에 입학해 학생증조차 받지 않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참담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며 "대학 측의 사전 안전검증과 조치가 아쉽고 대학마다 관례처럼 여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취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을 계기로 대학과 초·중·고등학교 등 각종 학교행사의 안전성 검토와 안전시스템 구축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행사 전 학교·학생대표의 공동 사전답사를 의무화하고 행사 때에는 안전지도관 등을 배치해 관리해야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19일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번 사고도 학교와 리조트, 행정기관 등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전형적인 한국형 인재"라며 "이를 교훈 삼아 학생 수용시설들의 안전시설 점검부터 우선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붕괴사고가 발생한 마우나리조트는 잠정 폐쇄됐다. 경찰은 매몰자 수색과 구조가 시작된 18일 오전부터 리조트 진입도로에 경력 200여 명을 배치해 차량을 통제했고 일반인의 출입도 제한했다. 붕괴 사고 전날까지 리조트 예약률은 30% 수준이었지만 사고발생 후 예약 취소가 잇따랐다.
경찰과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강구조학회 관계자들과 공동으로 19일 오전부터 사고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작업에 착수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
특별취재단 p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