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좀 더 인간공학적으로 생각합시다!
/장성록 부경대 교수·안전공학과 대한인간공학회 회장

오래 전의 일이다. 학생들과 자주 점심을 먹으러 가던 단골식당이 있었다. 그 집은 김치찌개가 맛있는 집이었는데, 갈 때마다 주인아주머니가 뜨거운 찌개 뚝배기를 들고 조심조심 식탁 위에 내려놓는 모습이 여간 위태롭지 않았다.
우리는 날마다 맛있는 김치찌개를 해주시는 그 아주머니를 위해 한 가지 선물을 하기로 했다. 실험실에 돌아와 놋쇠로 집게를 만들었다. 뜨거운 뚝배기 한쪽을 꽉 집어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펜치처럼 생긴 도구였다. 아주머니는 처음 보는 도구를 받고 반색했다. 그날 먹은 찌개는 공짜였다. 그 뒤로 잊고 있었는데 이 도구는 뜨거운 용기를 옮기는 일이 많은 식당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인간공학적 발상의 산물이다. 사람이 일이나 도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이나 도구가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인간공학의 철학이다.
1970년대에만 하더라도 인간공학은 생소한 학문분야였다. 인간을 공학에 접목하다니! 그러나 지금은 일반인도 인간공학이라는 단어를 흔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의 인간공학적 설계, 스마트폰의 인간공학적 디자인, 인간공학을 응용한 침대나 신발 등등.
사실 인간에 대한 공학적 접근은 인류 문명의 발생과 같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석기시대의 돌도끼는 인간의 손 크기와 악력 등을 기초로 제작되었고, 고인돌의 크기도 인간의 체형을 고려한 형태라는 것은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느낄 수 있다.
안전성과 생산성에 대한 인간공학적 접근은 19세기 말 테일러의 일일 적정 생산량 산정 시 작업에 따른 인체의 부담 정도와 작업 수행시간의 적정화에서 찾을 수 있다. 길브레스 부부는 작업동작을 촬영해 미세동작으로 분석, 작업에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하여 작업효율을 높이고 피로도 줄였다.
오늘날 인간이 사용하는 제품 개발에서도 인간이 원하는 기능의 작동방식, 외관형태가 어떤 것인가를 찾기 위해 인간공학의 적용이 확산되고 있다. 우주개발에도 인간공학은 빠질 수 없다. 외계 환경으로부터의 인간보호, 무중력 상태에서의 적응, 기구의 개발 등에 인간요소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공학의 연구영역은 고령화 시대에 고령 작업자의 작업 능력 변화를 고려한 작업 설계, 고령자를 위한 제품 개발, 고령자의 안전, 보건 및 복지, 동일한 작업이나 가사 노동을 장기간 반복하여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 예방 등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인간공학을 응용한 제품이나 작업개선 등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아직도 말로만 인간을 존중하는 정치인이나 정부 및 지자체의 관료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들이 많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시 이를 이용하는 인간을 고려한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가 우선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