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배리어프리 연극

장애인들 앞에 놓인 장애물들은 높고 깊다. 그들은 여기서 해방돼 모두와 함께 걷고, 함께 웃으며,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늘 꿈꾼다. 이 소망이 '배리어프리'란 이름으로 차츰 이뤄지고 있다. 말 그대로 배리어(Barrier,장벽)로부터 프리(Free·자유로운)한 세상을 만들자는 운동이다. 1974년 유엔 장애인 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이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장벽 없는 건축설계(Barrier free design)'란 보고서였다. 이후 이 단어는 장애인 차별과 편견을 없애자는 움직임의 상징이 되었다. 제거 작업은 주택·도로에서 제도와 법률, 문화와 정보 분야로 확산 중이다. 장애인도 스스로 자신의 마음속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이 가운데 장애인 문화 향유권을 가로막는 장벽을 무너뜨리는 활동이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을 들 수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는 생동감 넘치는 해설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기존 방식과 다른 자막이 제공된다. 화자와 음악, 효과음이 모두 표시돼 영화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서울, 광주에서 배리어프리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2009년부터 배리어프리 버전이 제작 상영되고 있다. 유명 배우나 감독들도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이나 성우로 참여한다. TV 드라마도 비슷한 형식으로 방영된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미술품 전시회도 시도되고 있다.
2일부터 열리는 제11회 부산국제연극제에서도 최초로 배리어프리 연극이 올려진다. 해당 연극은 '반호프-시즌2'. 이 연극의 무대장치, 인물, 상황, 음악, 효과음 등이 음성과 자막으로 해설된다. 시·청각 장애인들은 음성수신장치나 별도로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이들의 연극 접근을 가로막았던 또 하나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장애인들의 간절한 바람인 '장벽 없는 세상'.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부산국제연극제에서 그 희망의 파란 싹을 본다.
이준영 논설위원 gap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