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걸치고 허영 부리는 인간, 하치장 쥐 같아
연극 '쥐사냥'에서 잡동사니를 버리는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최윤선과 구미석(왼쪽부터). 부두연극단 제공"쓰레기나 뒤지는 버러지, 똥 구더기, 흡혈귀, 잘난 체하는 놈들, 높은 놈들, 돈 많은 놈들. 모두 청소해 주겠어."
쓰레기 하치장에서 살아가는 피둥피둥 살이 오른 쥐를 사냥하며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남자, 그런 남자와의 첫 데이트에 설레는 여자.
피터 트루니 원작 '쥐사냥'
부두연극단, 2인극 첫 시리즈
창단 30주년을 맞은 부두연극단이 올해 2인극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피터 트루니 원작의 '쥐사냥'을 무대에 올린다.
데이트 장소는 쓰레기 하치장이다. 자동차에서부터 헌옷까지, 교환가치를 잃은 자본주의의 온갖 생산물이 집결되는 이곳을 남자는 즐겨 찾는다.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한 적 없는 남자는 폐차 부품을 뜯어 자동차를 조립하며 희열을 느낀다. 열 길 물속보다 복잡한 사람의 머릿속도 자동차처럼 해부했다 다시 조립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남자의 유일한 취미는 쓰레기 하치장의 쥐를 사냥하는 것. 여자도 남자 손에 이끌려 총을 쏘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맥주 한 잔을 나눈 두 사람은 거추장스러운 허영의 굴레를 벗어던지기 시작한다. 지갑과 손가방 속의 온갖 잡동사니, 심지어 돈도 시원하게 찢어 버린다. 속눈썹, 킬힐 구두, 틀니, 시계, 목걸이, 그리고 옷까지 벗어던진 두 사람은 자유롭게 춤춘다. 서로를 쓰다듬고 할퀴기도 하면서 한바탕 퍼포먼스를 펼치던 두 사람은 갑자기 총성이 울리고 차례로 쓰러진다. 쓰레기 하치장을 쥐 사냥터로 삼은 이가 또 있었던 모양이다. 남녀를 쏜 사냥꾼들은 "저기 쥐가 엄청나게 많이 앉아 있다"고 얘기하는데 조명은 객석을 비추며 극은 막을 내린다. 관객도 결국 쥐였던 것이다.
극에서 쓰레기 하치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상징한다. 쓰레기를 몸에 걸치고 그걸로 허영을 부리는 인간은 하치장의 쥐와 다를 바 없다. 이 작품을 각색·연출한 이성규 부두연극단 대표는 "자본주의의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자, 아름답고 순수한 고급연극에 대한 반란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2인극 시리즈는 '동물원 이야기' '라 뮤지카'로 이어지는데 부랑자나 사회 부적응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총칼이 난무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 대표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극인데 요즘 한국 사회에 대한 실망과 분노와 맥을 같이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쥐사냥=31일까지 액터스소극장.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5시(월요일 쉼). 청소년 관람불가. 051-611-6616. 이호진 기자 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