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그래도 힘차게 바다로 나가야 한다
/ 김영섭 부경대 총장

지금 우리나라 해양수산계는 풀이 죽어 있다. 세월호 참사와 그 여파로 '해양강국' 건설을 위해 해양수산부까지 부활시켰던 정부와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열정마저 바다에서 멀어져 가는 분위기이다. 그 많던 해양수산 관련 각종 정책 설명회와 토론회도 활력을 잃고 있다. 지금 해양수산계는 무슨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 여파 해양수산계 풀 죽은 분위기
대표적인 해양산업은 수산업과 해운업이다. 수산업은 바람기도 없는 뜨거운 열대야를 보내고 있다. 수산물 소비 부진에다 한·일어업협정 결렬과 기후변화로 생산마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FTA, TTP 추진 등으로 외풍도 거세다. 해운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당장은 무산되었지만 해운동맹 'P3 네트워크'와 같은 무서운 쓰나미가 언제든지 몰아닥칠 기세다. 해운업의 경기선행 지수인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해운업 구조조정 문제도 시급하다.
우리가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가운데서도 전 세계는 바다를 둘러싸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양 경제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외교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해양자원 선점과 기술개발 연구에 많은 나라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런 양상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에서 더욱 격렬하다는 점이다. 대륙붕과 도서의 영유권을 둘러싼 외교적 분쟁은 각국의 민족주의에 불을 댕겨 일촉즉발의 위기로 진화해 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지난해 5월 우리나라와 함께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로 동반 진출한 중국과 일본은 북극 개발과 연구에 기치를 올리고 있다. 중국은 최근 쇄빙선 쉐룽호를 북극으로 출범시켜 북극에 대한 제6차 탐사에 나섰고 상하이에 중국·북유럽 북극연구중심도 설립했다. 대형 석유기업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아이슬란드 북동부 해안 지역의 석유 개발권을 획득하기 위해 판다곰 외교까지 펼쳤다. 일본 역시 신해양정책기초계획에 북극을 포함시켜 북극 관련 사안을 다루는 북극위원회를 신설하고, 북극전담대사를 임명하여 북극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미쓰이 상선은 2018년부터 세계 최초로 쇄빙 기능을 갖춘 전용선을 투입해 러시아 북부의 야마르 반도에서 생산된 LNG를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운반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가 바다로 몰려가고 있는데 우리만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새로운 국부 창출과 민족의 번영은 바다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대로 농업혁명, 산업혁명, 지식정보화혁명은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 큰 물결이었다. 이제 제4의 물결은 바다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식량, 에너지, 산업자원 확보 등 문제의 답은 결국 바다에 있다. 전 세계 인류의 미래 생존이 바다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양과학기술혁명은 인류의 문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새로운 물결을 가져올 것이다.
중세의 대항해시대 이후 21세기 신해양 무한경쟁시대가 열리고 있다. 새로운 해수부 부활로 한껏 충전되었던 해양강국을 향한 모멘텀에 힘이 빠져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공직사회에 전문가들이 앞장설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한다. 해수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전문가 그룹이 위축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성적이고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본질을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제4의 물결은 바다, 해양강국 모멘텀에 박차를
우리가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도전해야 할 해양과학기술 분야는 수없이 많다. 친환경 수산 증양식 기술,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 통합 물류 수송 시스템 구축, 해양에너지 개발 기술, 해양광물자원 개발, 해양환경 보전 기술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일들은 속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일관성 있는 정부의 정책 지원, 꾸준한 R&D 투자로 창의적인 기술과 인력 양성 등이 필수적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해양산업계의 해지고 터진 데를 정성을 다하여 하나씩 꼼꼼하게 기워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바다에 대한 두려움과 좌절감을 털어내야 한다. 풀 죽은 해양산업계에 신바람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21세기 해양강국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