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컬처로드 연다] 1부 '자연·생태와 함께하는 길' (2)사하 선셋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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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바다가 만난 '적멸의 아름다움' 숨겨 놓기만 해서야

낙조와 자연 생태, 환경이 어우러진 다대포 해수욕장. 물이 빠지면 갯벌이 길게 드러나면서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김경현 기자 view@

자연이나 인문에 대한 배려가 없는 난개발이 추진되면서 부산은 생태 환경은 물론이고 역사성과 함께 우리 삶의 역동성마저 많이 잃어버렸다. 그렇다고 당장 실망할 이유는 없다. 부산의 기억과 속살은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하에도 우리의 옛 기억을 되새기고 속살을 더듬을 만한 곳이 제법 있다. 이중 시리즈 자문위원들은 '몰운대(다대포 객사·정운공 순의비)→다대포 낙조분수→아미산 전망대→아미산 노을 마루길→홍티아트센터→포구(홍티·보덕·장림·하단)→노을 나룻길→낙동강 하굿둑→을숙도문화회관→낙동강하구에코센터'로 이어지는 10㎞ 남짓 구간을 넓게는 부산, 좁게는 사하 지역의 대표적 컬처로드로 제안했다. 또 이 구간을 일컬어 선셋로드(Sunset Road)라 명명했다. 이 구간에서 바라본 낙조는 전국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일품이기 때문이다. 해운대에 문탠로드(Moontan Road)가 있다면, 사하엔 선셋로드가 있는 셈이다.

역사·문화·생태 모두 갖추고
'생태 관광지' 매력 못 살려
'현명한 이용' 가치·철학 정립
홍티포구-예술 만남 고민을

■어떤 보석 숨겨져 있나

본지가 이 길을 부산을 대표하는 컬처로드로 제안한 이유는 역사와 자연, 문화와 생태환경이 골고루 접목돼 있기 때문이다. 또 부산 하면 연상되는 낙동강, 을숙도와 같은 이미지가 선셋로드 속에 포함돼 있는 것도 한 이유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는 2005년 APEC 때 각국 정상들의 영부인과 재계 인사들의 부인들을 매료시켰던 곳이기도 하다.

시리즈 자문위원인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 김종세 원장은 "기존의 역사 문화적 특징뿐만 아니라 경관과 자연 및 생태환경 등을 갖추고 있어 부산의 미래 자산으로 그 가치와 가능성이 열려 있는 부산의 대표 공간"이라고 그 의미를 높게 부여했다.

태곳적 신비의 노을 풍경과 생태, 환경, 그리고 예술공간이 결합한 곳으로 향후 자연환경 결합형 생태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 개발한다면 문화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기에도 좋은 길이다.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에서 발원해 500㎞를 넘게 굽이쳐 온 낙동강. 문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시인 허만하는 '낙동강 하구에서'라는 시에서 낙동강이 바다(남해)와 만나는 모습을 '적멸(寂滅)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다. 그 '적멸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공간이 바로 선셋로드인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존재감 속에도 아쉬움은 있다. 대표적인 게 포구이다. 선셋로드에는 다대포 배후도로를 따라 홍티, 장림, 보덕, 하단 포구가 이어진다. 모두 공단이 도열해 있는 사이를 흐르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포구들은 포구이면 있을 법한 왁자지껄한 목소리를 쉬이 찾기가 힘들다. 마을 앞 바닷가를 매립하고 강변도로와 공단지대를 건설하면서 과거 어촌 마을의 모습이 많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선셋로드만으로 부족하다면 주변을 둘러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다대포 나무다리이다. 다대포 해수욕장 인근 다대포생선회먹거리타운 뒷쪽으로 조금 걸어들어가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다대포 나무다리를 만난다. 다리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흔들거림을 느끼면서 색다른 다대포의 매력에 흠뻑 젖게 될지도 모른다.

선셋로드를 모두 돌아보려면 반나절로는 부족하다. 구간을 둘로 나누거나, 시간이 있다면 하루 코스로 느긋하게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선셋로드는 거점 공간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만큼, 눈으로 드러나는 하드웨어는 넘치는 편이다. 하지만 부산의 미래 자산으로서의 컬처로드가 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많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낙동강 생태와 관련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가장 중요한 철새 도래지로서 자연이 공존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자연·문화자원이다. 하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녹색의 생명력을 희망(미래 성장 동력)으로 연결 짓지 못하고 있다.

환경단체인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부산시가 생태관광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음에도 부산지역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낙동강 하구의 생태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가치와 철학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세계적인 생태관광지 활성화를 위해 관 주도가 아니라 주민과 어민, 전문가 중심의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동강 생태 탐방선의 콘텐츠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탐방선으로 낙동강의 생태를 알린다는 취지는 좋지만, 단순히 낙동강 물길을 따라 오가는 데 그쳐 유람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순천만처럼 좀 더 체계적인 전문 생태해설사 제도를 도입해 생태 탐방선 본래 취지도 살려야 한다.

을숙도를 환경운동 차원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진지한 성찰과 반성적 토대 위에서 생태적 상상력을 발휘해 인간과 생명의 새로운 순환질서를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도 제안해 볼 수 있다. 요컨대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개념을 적용해 쓰레기 매립장, 분뇨처리장, 하굿둑 등 을숙도 개발의 아픈 상처를 시민이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인간과 생명의 순환질서를 의미 있게 되묻을 수 있을 터이다.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자 문화거점인 홍티아트센터가 있지만 예술인과 주민이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부족한 실정이다. 홍티아트센터 김병언 프로그램 매니저는 "내년부터 생태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문위원들은 선셋로드가 활성화되려면 홍티포구와 예술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모색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나의 예로 포구의 역사성을 문화 콘텐츠로 충분히 활용한다면 선셋로드에 생동감과 활기가 맴돌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선셋로드를 광장, 공원, 도서관, 시장, 주택가 등과 연결하는 그린웨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체계적 관리와 홍보를 위한 '선셋로드 관리 센터'를 설립할 필요도 있다.

훌륭한 문화시설이 곧바로 문화도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고,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소통이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공동기획 부산일보사·동아대 디자인환경대학 지역유산재생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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