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대학원 육성 정책 '발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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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부경대 총장

오늘날 인류는 앨빈 토플러가 예측한 대로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의 물결을 지나 고도로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과학기술 혁명의 놀라운 대변혁 시대에 접어들었다. 대항해시대 이후,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는 식민지시대가 있었다면, 이제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 간 종속관계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고, 과학기술의 힘에 의해 세계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과학기술력이 강한 나라는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되면서 첨단과학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과학기술력이 국가 간 종속관계 결정짓는 시대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에 집중하여 추격경제, 모방경제라 일컬어지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다는 압축 성장,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통해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불과 20여 년 전에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장서자'는 구호 아래 IT기반의 과학기술과 산업을 육성하여 지금은 세계 10대 글로벌 경제대국에 진입하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매우 우수한 산업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이 늦어지고, 날로 격화되는 경제 전쟁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그 원인에는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의 부족도 한몫을 차지한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국가 간 경쟁의 요체는 '브레인 파워'이다. 브레인 파워는 과학기술력의 척도이며, 젊은 세대의 창의력이 중심이 된다. 선진국들은 브레인 파워의 중심체인 고등교육, 특히 대학원 교육의 혁신에 온 힘을 다 쏟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세계 대학 랭킹의 핵심은 대학원의 연구역량 랭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대학원을 중심으로 융복합의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해 내고,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연구개발 전문 인력 양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이러한 흐름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대학원 사정은 어떨까? 이미 위험 신호인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 대학원 교육 현장의 목소리이다. 그동안 학부 중심의 고등교육정책으로 인해 대학원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교육 정책만 보더라도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ACE),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K), 대학특성화사업(CA) 등을 통해 교육부는 학부과정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학부의 경우 반값 등록금 이상의 혜택을 누릴 정도로 국가가 집중 투자하지만 대학원은 반값 등록금 정책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이 와중에 대학원의 진학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이는 연구역량의 척도가 되는 우수한 전일제(全日制) 대학원생 부족으로 이어져 연구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일반화 되어 있다. 대학원 진학률은 서울의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우수한 지방대학이 겨우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원 연구실은 동남아 유학생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등록금이며 생활비 지원 등으로 대학과 교수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지방대학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대학원 연구 인력 육성 위한 정책과 투자 필요

이런 여건 속에서 어떻게 창조경제의 핵심역할을 담당할 연구개발 인력을 양성할 수 있겠는가? 교육부도 최근 대학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학원 질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학위 관리 강화, 외국인 유학생 유치 관리 역량 인증제 시행, 대학원 평가체제 마련 같은, 각 대학원들이 자체적으로 체질을 개선하도록 하는 데에만 역점을 두고 있을 뿐 지원책은 빠져 있다. 대학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구 인력에 대한 지원, 성과의 산업화와 창업 지원 등 구체적인 정책과 투자가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 민족과 국가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창의적인 연구개발 인력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는 것이 미래전략의 요체다. 우수한 인재를 대학원에 진학시켜 과학기술 혁신의 핵심인력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정부는 창의적인 연구개발 인력 육성의 산실인 대학원이 처한 위기상황을 직시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글로벌 과학기술 전쟁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대학원 핵심인재 육성을 위한 강력한 지원 정책을 시급히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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