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 구룡포를 관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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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환 시인

파도는 방파제마다 넘쳐나고

격렬하게 격렬하게 일어서는 수평선

우우 달려든다 무릎을 툭툭 꺾는 야생

짐승이 쩍쩍 피울음 우는 겨울바다

유령같이 다가오며 어둠에 발길질을 해 댄다

보라 쓰러진다 더 크고 더 거친 물결



매서운 바람 속에 서서

수심 깊이 잠복한 지느러미 오랫동안 찾았다

지금 어군탐지기 밖 만선 깃발로 펄럭거려

구룡포 산자락 입맛 도는 과메기 되어주길

해류 따라 흘러가길 거부하는 야생

본다



-이윤길(시집'파도공화국'·신생시선·2012)



하늘 아래 물이 출렁이며 넘쳐흐르는 모습을 '주역' 괘에서는 '천수송(天水訟)'이라 하는데 자연계의 만물들이 서로 다투는 생존경쟁의 치열함을 비유한다. 인간의 갖가지 욕심으로부터 비롯하는 소송(訴訟)을 경계한다고 한다. 과욕은 모든 재앙의 시발점이기도 하므로 잘잘못을 가리려고 벌이는 시비(是非)의 근원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보다 자신의 이기심을 우선시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육지에서보다 광막한 바다 위의 추위가 한층 더 심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혹한(酷寒)의 추위가 찾아올 때 상록수림은 물론이고, 큰 나무들까지도 그 뿌리의 작용이 가장 왕성해지는 계절이고, 강물도 표면이 아무리 얼어붙어도 열 길의 물속은 얼지 않는다는 것이 위대한 자연의 이법이며, 이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의 순환성을 깨닫게 한다.

원양어선 선장이기도 한 이윤길 시인의 겨울바다를 보면서 '짐승이 쩍쩍 피울음 우는 겨울바다'의 '거친 물결'과 '매서운 바람'이 그대로 선연하게 떠오른다. 어둠 속에서 따뜻하게 빛나는 구룡포의 아늑한 불빛들을 보면서 귀항하는 정경인 듯하다. 언제나 얼지도 녹지도 않은 이 계절의 '입맛 도는 과메기'를 떠올리면서, 추위를 이겨내는 짙은 생동감마저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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