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먹는 하마' 뻔한데… '해수담수화 덫'에 걸린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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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5천t 규모의 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해수담수화플랜트시설. 부산일보DB

매년 수십억 원의 운영비 적자가 예상되는 해수담수화시설의 운영을 두고 정부와 부산시가 서로 떠밀기를 하고 있다.

최근 삼중수소 논란 이후 해수담수화시설이 '예산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자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4일 "향후 5년간(2013년 기준)은 정부가 운영비 보전을 해주기로 해 부산시는 현재 수돗물 공급단가만큼의 비용만 내면 된다"면서 "또 5년 뒤에도 운영비 적자 수준이 상쇄되지 않으면 부산시가 시설을 인수하지 않으면 돼 손해볼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두산과 모호한 협약
4년 뒤 무조건 인수 불가피
판매단가 기준 연 59억여 원
시민이 부담해야 할 판


그러나 본보가 지난해 12월 30일에 체결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부산시, 두산중공업 간 기본업무협약서를 따져보니 운영과 소유에 관한 조항의 내용이 모호했다. 부산시가 5년 뒤 상황에 따라 인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한 대목, 즉 협약서 제3조 2항은 "정부는 5년 뒤 해수담수화 시설을 부산시에 무상으로 양여한다. 단, 운영비를 판매단가 수준까지 낮추도록 노력한다"이다. 시설을 부산시가 가져가되, 정부 등은 '노력'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도 부산시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 입장에 대해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측은 "정부 예산이 1천억 원가량 들어가 있는 사업인데 신청할 땐 대체자원이 부족해서 유치한다고 가져가 놓고 조금 입맛에 안 맞는다고 인수하지 않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5년 뒤 부산시가 무조건 받아야 한다"면서 "5년 동안 원가를 낮춘다고 노력한다는 것이고 원래는 준공하자마자 부산시가 받았어야 하는데 5년간 유예를 해준 것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통상 정부와 지자체 간 샅바 싸움에서 예산을 받아 쓰는 지자체는 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해수담수화 생산단가 가운데 50% 이상을 전기료가 차지하고 있어 단가를 판매단가(t당 715원)는 물론 생산단가(t당 880원)까지 낮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5년 뒤부터 부산시는 판매단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매일 생산량 4만 5천t 기준에서 초과되는 운영비, 현재 판매단가 기준 연간 59억 6천만 원, 생산단가 기준 연간 32억 5천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당연히 물을 마시는 기장군 주민들에게만 수돗물 가격을 높여 받을 수는 없으므로, 이 돈은 부산시민들이 함께 떠안아야 한다.

이에 대해 부산시의회 강성태(수영구 1) 의원도 "2008년 당시 여수 등에서도 시설 유치를 추진하다 타당성이 없어 중도에 그만두고 부산시 혼자 공모에 응했다"면서 "부산시가 무조건 국비를 따오면 좋은 줄 알고 국가 공모 사업을 덥석 물었는데 앞으로 농축수에 따른 어민 피해 보상 등 추가로 들어가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비판했다.

부산상수도사업본부는 "4년 뒤 새로 협약을 할 때 전략적으로 최대한 우리 쪽 요구사항을 넣으면 된다"고 자신했다.

하태경(부산 해운대·기장 을) 의원은 그러나 "기장군 해수담수화시설은 애초 목적이 기장 주민들을 위한 것이 아닌 수출을 위한 사업"이라면서 "해당 기술을 칠레에 수출하는 등의 성과가 좋으므로 수익 부분을 테스트베드의 운영비로 넣어 부산시가 운영적자를 아예 부담하지 않는 구조로 협약 내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부산시는 올해 말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해수담수화 시설이 원전 배출수 내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를 걸러낼 수 없다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이에 따라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돗물 공급을 삼중수소 검사 이후로 미뤄둔 상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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