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톡] 사진, 담론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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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담론의 장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이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세미나나 토론회가 있었나 싶다. 둘러 말하지 않겠다. 고은사진미술관이 잇따라 마련한 '다큐멘터리 사진 담론'의 현장이 그곳이다. 도대체 어쨌길래?

근래에 열린 '다큐멘터리 스타일 아티스트 토크'와 '다큐멘터리 사진: 쟁점과 전망' 세미나는 정말 나중을 위해 기록해 두어야 할 정도로 '다큐멘터리적'이었다. 하필이면 남들 노는 일요일이나 토요일 오후를 잘도 골라 떡하니 '담론의 장'을 차려 놓기 일쑤인데, 사람 구경하기 어렵기는커녕 들어가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 입장료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참가 신청에 여간 재빠르지 않으면 대기순번 100번 넘기기 예사다. 일단 그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3~4시간 꼼짝없이 묶이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자리 뜨는 사람 구경하기도 어렵다.

"사진이 대중화되었기 때문이죠. 처음 사진에 입문하면 좋은 장비를 찾는 등 기술적인 접근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곧 사진의 한계를 느끼게 되지요. 이럴 때 의식 있는 이라면 뭔가 새로운 게 없나 찾게 됩니다. 결국 '좋은 사진이란 과연 무엇인가'로 귀결되는데 그렇게 되면 인간과 삶에 대한 인문학적인 문제가 대두하지 않을 수 없지요. 세미나장을 찾고, 사진미술관을 기웃거리게 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고은사진미술관 이상일 관장의 설명이다. 하기야 대한민국은 휴대폰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사진을 찍어 대고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로 다중과 소통하는 목하 '사진 공화국'이 아니던가. 사진을 찍다 피사체가 흔들릴 때마다 같이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제대로 한번 사진을 배워 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 이가 어디 한둘일까.

이쯤에서 그 들어가기 어렵다는 열띤 사진 담론의 장에서 펼쳐진, 시쳇말로 '핫'한 에피소드 하나. 주제부터 발칙하다. '최민식 사진은 과연 다큐멘터리였는가?' 최민식은 김복만 임응식 정인성과 더불어 1950~70년대 부산을 한국사진의 중심으로 만들었던 '다큐멘터리 1세대'가 아닌가.

"최민식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기에 다큐멘터리 작가가 아니라 리얼리즘 작가로 분류해야 한다" 는 주장이 터져 나온다.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없는 최민식과 김영갑은 B급 작가"라는 평론가의 독설도 언급된다. 때맞춰 반론 성격의 질문이 객석에서 쏟아지면서 앞자리의 발제자들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태도를 밝혀야 할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리기도 한다.

나는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 누구나 사진가이고, 피사체의 오브제가 되며, 사진 담론의 주체이자 객체가 되는 '사진가의 전성시대'를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임성원 선임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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